필자가 중견기업을 지원하며 가장 자주 마주하는 장면은 “보안 투자는 늘었는데 보안 수준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역설이다. 기업은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때마다 포인트 솔루션을 하나씩 추가하고, 위험 요소를 막기 위해 제품을 더 도입한다. 

마노즈 스리바스타바 /블랙포인트 사이버 CTO
마노즈 스리바스타바 /블랙포인트 사이버 CTO

그러나 이러한 확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틈새를 만들고, 그 틈새가 바로 공격자가 침투하는 지점이 된다. 필자는 이 현상을 수많은 기업 사례에서 직접 목격해 왔다.

이처럼 보안 스프롤(Security Tool Sprawl)은 기업이 다양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보안 도구를 계속 추가하면서 도구 수가 과도하게 늘어나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 단절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로 인해 사각지대 증가, 중복 비용, 운영 복잡성, 경고 과부하, 대응 지연 등이 발생하며, 보안 수준이 높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공격 표면이 확대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재 시장에는 약 3000개 이상의 보안 솔루션이 존재하고, 대기업은 이를 다룰 전문 인력과 구조를 갖추고 있지만 중견기업은 그렇지 않다. 그 결과 서로 겹치고 통합되지 않은 도구가 사각지대를 만들며 위험 관리는 더 복잡해진다.

중견기업을 더욱 취약하게 만드는 ‘보안 스프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따개비 문제”라고 부른다. 선체에 붙은 따개비처럼 도구는 계속 누적되지만 속도는 느려지고, 교차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취약점이 발생한다.

많은 중견기업은 단기적 대응을 위해 제품을 도입하지만,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들 도구는 방대한 데이터 저장소로 남아 의미 있는 위험 지표를 제공하지 못한다. 결국 위협 탐지 속도, 체류 시간 단축, 위험 정량화 같은 핵심 성과와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IDC가 발표한 시장 전망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확인된다. 보안 지출이 1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은 더 많은 도구가 아니라 통합적 플랫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견기업은 많은 경우 MSP에 보안 운영을 의존한다. 그러나 MSP 역시 변곡점에 와 있다. 이제 MSP는 단순한 기술 리셀러가 아니라, 기술적 신호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위험 관리 파트너로 진화해야 한다.

필자는 “방화벽이 여기 있다.”라고 설명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귀사의 현재 보안 태세는 이렇고, 이 구조가 비즈니스 전략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비즈테크리포츠(BizTechReports)가 지적했듯 앞으로의 MSP 성장 동력은 단순한 도구 제공이 아니라 통합 능력, 운영 규율, 실제 성과 창출에 달려 있다.

모든 보안 전략의 출발점은 ‘발견’

중견기업의 실질적 보안 강화의 첫 단계는 발견(discovery)이다. 기업이 어떤 자산, 사용자, 애플리케이션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현실적인 위험 프로필을 구축할 수 없다.

자동화된 핑거프린팅과 사용자 입력이 결합되면 통합 데이터 모델이 형성되고, 그 위에서야 비로소 위험을 맥락화할 수 있다. 많은 기업이 이미 상당한 보안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기존 도구를 모두 교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때문에 통합이 중요하다. 기존 투자를 버리지 않고도 단일 관점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도구를 추가할 때마다 발생하는 라이선스 비용, 인력 부족, 통합 문제 등 숨은 비용 역시 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도구 확산의 경제학…중견기업의 지속 가능한 보안 전략

보안 도구 확산은 빠르게 비용을 증가시키며, 어느 순간 기업은 비효율적인 구조를 떠안게 된다. 특정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술적 구매가 누적되면 복잡한 아키텍처가 형성되고, 이 구조는 중복성과 비효율을 키운다.

예산은 상승하지만 위험은 충분히 줄지 않는 상태가 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안 소프트웨어 시장이 계속 성장하지만, 시장은 점점 개별 솔루션보다 통합 플랫폼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문제도 있다. 경영진은 복원력과 규정 준수를 우선시하고, 보안팀은 로그와 취약점 중심으로 말한다. 이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기업과 MSP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블랙포인트 사이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합, 가시성, 변환 중심의 접근을 취하고 있다. 관리형 탐지 및 대응 체계는 위협에 필요한 속도와 전문성을 제공하며, 컴파스 원(Compass One) 플랫폼은 분산된 신호를 단일 보안 체계로 통합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중견기업과 MSP가 위험을 공통 언어로 설명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이 된다.

공격자는 중견기업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규모는 크지만 방어는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기술적 역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를 통합하고, 우선순위를 정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안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사이버 보안의 미래는 더 많은 것을 구매하는 데 있지 않다. 지금 가진 것을 통합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며, 비즈니스 언어로 보안을 설명하는 능력이 중견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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