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FO스쿨 대표 심규태
한국CFO스쿨 대표 심규태

사업을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 뭘까요? '돈’이라는 대답이 가장 많다. 그런데 '돈이 있는 사람들도 사업을 하려면 이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돈은 아니겠네요' 라고 하면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고, 바로 '사업 아이템 또는 비즈니스 모델' 이라고 대답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타트업은 대부분 창의적 아이디어나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업 모델로 시작한다.

그렇다면 창의적 아이디어나 모델만 있으면 사업한다고 할 수 있는가?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창의적 아이디어나 사업 모델은 사업 시작을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이고 이것이 없다면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업 단계로 갈 수 없다. 사업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 모델과 아이디어는 있는데 사업 단계로 가기 위해서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직감적으로 답이 떠오를 것이다. 자본 즉, 돈과의 결합이다. 사업 진행에 필요한 돈과 결합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디어나 혁신적 모델도 사업 단계로 진입할 수 없다. 이는 사업 단계의 전 단계 즉, 사업 준비 단계일 뿐이다.

사업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인 자신의 사업 모델은 필수 조건이지만 이에 필요한 자본과 결합할 방안을 내지 못한다면 거기서 멈출 수 밖에 없다. 전제 조건이 없다면 출발할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로 사업 진행 단계로 나아갈 수 없다. 

만약 사업 모델과 아이템이 분명하다면 자연스럽게 아래와 같은 질문이 줄줄이 떠오르게 된다. '이 사업을 하려면 처음에 얼마가 필요할까?' '그 다음 단계엔 또 얼마가 있어야 하지?' '누구에게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까?' '어떤 조건으로 조달할 수 있을까?' '상대는 왜 투자할까?' '상대의 요구는 무엇이며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 '조달한 돈으로 뭘 해야 하는가?' '언제 이 돈을 어떤 방식으로 돌려줘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막연한 태도를 취하거나 자신의 해답을 가지지 못하면 멋진 사업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열정적인 예비 기업가이지만 그저 준비 단계만 즐기게 될 뿐이다. 이것이 길어지거나 반복되면 어쩌면 어느 날 준비 단계를 즐기는 데 만족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한편 스타트업 CEO나 예비 창업가들에게 재무와 회계 둘 중 어느 것을 더 익숙하게 느끼는지 질문을 하면 대부분은 '재무보다는 회계'라고 대답한다. 물론 둘 다 익숙하지 않다는 대답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재무가 좀 더 멀게 느껴지고 어렵다고 한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준비 단계에서 사업 진행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 직면하는 질문들은 대부분 재무에 관한 질문이다. 사업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해결해 나가야 하는 대부분이 재무적인 질문인데 재무에 대해서 멀고 어렵게 느낀다는 것이다.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 규모 면에서 소기업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때 제기되는 질문과 과제들은 거의 모두 일반 기업의 재무 전략이나 자본 시장과 관련 있는 재무적 문제들이다. 스타트업 창업 기업가들은 보다 전략적 차원에서 자신의 사업을 볼 줄 알아야 하고 이를 자본 시장의 메카니즘과 논리를 이해하고 소통해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소상공 방식의 창업이나 동아리 프로젝트 개념의 접근과는 완전히 다를 수 밖에 없다. 시작 규모가 작다고 해서 자신의 길이 무엇인지 혼동해서는 안된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회계'를 좀 더 가깝게 느끼는 이유는 있다. 대부분 일상적인 경리 회계를 직접 처리해야 하고 연간 회계 처리에 대해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하지만 혁신 스타트업은 일상적인 입출금을 다루는 경리 회계와 제도적 회계 감사 정도에 머무르면 안된다.

혁신 스타트업은 작게 시작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 준비 단계에서부터 자금 조달과 기업 가치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경영 의사 결정을 연습하고 해나가야 한다. 더불어 자기 돈만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영위하는 개인 기업이 아니라 자신의 혁신 아이템과 외부 자본의 결합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시작 시점부터 주요한 이해관계자인 투자자와 성공에 기여한 다수의 기여자들과 관계 형성, 관리, 가치 분배의 문제를 가장 근저에 깔고 진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스타트업 CEO는 단순한 입출금이나 경리 기장의 현실적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불가피할 지라도 혁신 창업 기업으로서 제기되는 전략적 재무 문제와 의사 결정에 대한 역량과 체제를 갖춰 나가야 한다. 실패는 용인되지만 제대로 된 경험의 축적과 진전이 없는 실패까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과 재무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 있다. 당연히 혁신적 사업 모델이 동전의 앞면이 되겠지만 앞면만 있는 동전은 없다. 뒷면엔 항상 재무가 자리잡고 있다. 아무리 창의적 아이디어나 혁신적 사업 모델이라도 자본과의 결합을 이루지 못한다면 결코 사업 단계로 나아갈 수 없으며 궁극적으로 상품화와 시장 평가라는 최종 성적표를 확인하지 못할 것이다.

혁신적 사업 모델과 상품화를 통한 시장 가치 창출이라는 구조를 지지하고 가능하게 하는 것도 재무이고, 이를 얼마나 잘 했는지 아니면 잘못 했는지 최종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재무이다. 동전의 앞면 만을 다루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혁신적 사업 모델이 스타트업 성공의 전제 조건이자 필요 조건이라면 동전의 뒷면인 스타트업 재무는 충분 조건일 것이다.

(* 본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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