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헤드폰이나 이어폰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ANC(Active Noise Canceling) 기능은 주변의 소음을 마이크로 집음해 반대 파형으로 노이즈를 상쇄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런 노이즈 캔슬링 기능은 우리가 꼭 들어야 할 소음까지도 모두 제거하는 문제가 있어 주변과의 소통, 혹은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에서 다음 역을 안내하는 음성을 듣지 못해, 제때 내리지 못하거나, 집에서 벨이나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등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워싱턴대학의 연구진이 AI를 기반으로 특정 소리만 들을 수 있는 헤드폰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시맨틱 히어링(Semantic hearing)이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헤드폰의 마이크에서 집음한 주변 소음을 스마트폰의 앱으로 스트리밍하고, 스마트폰에서 대부분의 소리를 필터링하지만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는 일부 소리만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와는 반대로 원치 않는 소리만 선택적으로 차단하고 다른 소리는 모두 통과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비행기 엔진 소음이나 주변 공사장 소음 등만 제거하고 주변의 다른 소리는 들을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허용이나 차단 가능한 사운드 선택 항목은 사이렌, 아기 울음소리, 말소리, 진공청소기, 새소리 등 20개로 아직은 제한적이다. 또한 헤드폰 자체에 이런 사운드 프로세싱과 AI를 운용할 컴퓨팅 성능을 올리기 어려워 아직은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한계다.
이 논문의 수석 저자인 샤이암 골라코타(Shyam Gollakota) 교수는 "새의 소리를 이해하고 환경의 다른 모든 소리에서 이를 추출하려면 오늘날의 ANC 헤드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실시간 지능이 필요하다"며, "문제는 헤드폰 사용자가 듣는 소리가 시각적 감각과 동기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신경 알고리즘이 100분의 1초 이내에 소리를 처리해야 함을 의미한다"며 이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원, 거리, 사무실 등의 환경에서 22명의 자원 봉사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의미 청각 시스템은 새소리, 경보음, 사이렌과 같은 목표 소리를 성공적으로 추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인간의 말과 노래와 같은 유사한 소리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더 많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훈련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원들은 말한다.
앞으로 연구원들은 시스템의 상용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