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매출 성장을 위해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지만, 정작 고객과의 접점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객 경험(CX)은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여전히 효율성과 내부 운영 최적화에 치중해 고객 만족과 감정적 연결을 강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조직 구조, 문화, 리더십 불일치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다.

WSJ 인텔리전스(WSJ Intelligence)와 스타그웰(Stagwell) 산하 에이전시 코드 앤드 시어리(Code and Theory)가 글로벌 대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AI가 고객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 ‘더 익스피리언스 갭: AI의 고객 경험에 대한 임박한 영향(The Experience Gap: AI's Imminent Impact on CX)’을 발표했다. 

조사에 참여한 800명의 C-레벨 경영진 중 단 28%만이 ‘혁신적이거나 적응적인’ 디지털 CX를 창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93%는 현재 CX가 ‘망가졌다’고 평가했으며, 94%는 CX 전략이 기업 성공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고 인정했다. 특히 CX 선도 기업들은 평균 14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기록하며 후발 기업보다 30% 높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 현황

응답자의 76%는 AI 전환에 뒤처져 있다고 답했으며, 88%는 AI 기반 개인화의 잠재력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44%만이 AI의 ‘감정적 잠재력(emotional potential)’에 대해 고급 수준의 이해를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86%는 CX가 향후 최우선 투자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술적 인프라보다 문화적·조직적 구조가 혁신을 가로막는 근본 원인임을 시사한다.

조사에서 경영진들은 외부 제약보다 내부적 한계를 주된 장벽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리더십 불일치(49%), 창의적 인재 부족(44%), 조직 사일로(43%)가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산업 선도 기업조차도 56%가 ‘문화적 기능 부재’를 핵심 장벽으로 꼽으며, CX 혁신의 본질적 어려움이 조직문화에 있음을 드러냈다.

코드 앤드 시어리 공동창업자 댄 가드너(Dan Gardner)는 “AI로 승리하는 기업은 단순히 모범 사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서비스·경험을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해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라며 “고객이 불편하거나 여러 공급자를 통해 임시 해결해야 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AI로 전체 경험을 소유하라. 중요한 것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AI로 당신의 브랜드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AI 전환이 단순한 효율화가 아닌 고객 경험 재정의에 초점을 맞출 때 기업 경쟁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CX 전략이 기업 매출과 직결되는 만큼, 기업은 기술적 투자를 넘어 조직문화와 리더십 정렬을 통한 전사적 혁신이 요구된다. AI는 고객과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할 수 있는 도구이며, 이를 선도적으로 적용한 기업이 시장에서 지속적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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