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연결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서비스와 서비스를 이어주고, 사람과 서비스를 이어주는 이런 연결이 기본적으로 이뤄져야만 정상적인 사회로서 동작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연결이 기존에는 국가 기간 인프라로써 정부의 관리와 규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결은 각 개별 기업이 주체가 되서 서비스하고 있기에 정부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이번 카카오 서비스 중단 사태다. SK C&C의 판교 데이터센터의 UPS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차단되고, 카카오의 주요 서비스 대부분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혼란이 벌어진 것이다.

카카오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카카오톡은 4600만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으로, 국내에서는 문자보다 더 광범위한 활용이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앱이다. 그리고 단지 커뮤니케이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인증 수단으로 사용되는 수퍼앱이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전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

15일 오후 3시에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의 카카톡은 물론,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 카카오택시, 다음 포털, 웹툰, 지도, 내비게이션, 게임 등 모든 서비스가 일시 중단됐으며, 6시 경 큰 불 진압은 완료됐으나, 카카오톡 서비스가 일부 정상화된 것은 다음날 오전 1시가 넘어서였다. 그리고 16일 오후 1시경 데이터센터 내 전체 서버 3.2만대 중 1.2만대의 복구가 이뤄졌으며, 17일 오후까지도 다음 메일을 비롯해 검색 서비스, 금융, 부동산 등의 서비스가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로 그동안 문어발식 플랫폼 확장으로 골목 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수많은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추가해 왔다. 그리고 전체 서비스를 SK C&C 데이터센터 한 곳에 집중해 놓았기 두었기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비롯해 지갑, 다음 뷰와 카페, 카카오맵,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내비, 카카오웹툰, 멜론, 픽코마, 지그재그, 모바일 게임, 티스토리 등 거의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일부는 아직도 복구 중이다.

그리고 이들 서비스를 사용 중이던 일반 소비자는 물론이고 택시기사, 쇼핑몰 등 자영업자, 기업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나마 휴일에 발생한 사고라 이정도 피해에 그쳤지, 평일이었으면 피해 규모가 더욱 커졌을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퍼앱으로 성장하면서 위험성도 증가

카카오톡은 우리 사회에서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선 존재다. 카카오톡으로 선물도 주고 받고 쇼핑도 하고, 각종 예약도 하며, 심지어 기업들이 소비자와 소통하는 창구역할까지 한다. 한마디로 하나의 서비스로 규정하기 어려운 수많은 마이크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플랫폼이자 수퍼앱으로 별다른 대체제 없이 국내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서비스다.

심지어 군대 내에서도 구내 통신망 대신 카카오톡을 사용한다고 할 정도로 기간 통신망의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규제나 관리를 받지 않고 있었다. 과거 2018년 과기정통부가 플랫폼 기업의 '주요 데이터 보호 의무'에 대한 내용을 추가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기업 재산권 침해, 산업 발전 저해라는 기업 논리에 막혀 법안이 통과하지 못했기에,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 대상에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급성장한 플랫폼, 수퍼앱을 이용자 보호 보다는 기업과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와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의 행정 서비스 중 많은 부분을 이런 플랫폼, 수퍼앱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인한 위험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문어발 확장은 열심히, 서버는 모두 한 곳에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전국민 메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 진출해 왔다. 택시, 대리운전, 자전거 대여, 금융, 보험, 증권, 미용실, 육아, 게임, 골프, 쇼핑, 음악 스트리밍, 웹툰, 영화 연예 기획, 부동산, 암호화폐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021년 기준 117개 이르는 자회사에 의한 서비스까지 합치면 무서운 수준이다.

자영업자 중심의 골목 상권까지 욕을 먹어가며 진출하고 있는 카카오의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분리된 자회사와 모든 서비스가 한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경쟁업체인 네이버의 경우도 같은 SK C&C의 데이터센터에 입주해 있었으나 수시간 내에 복구가 가능했지만, 카카오의 경우 사고 발생 이틀 후인 17일까지도 일부 서비스가 불통인 이유는 전체 서버가 한 데이터센터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23년 목표로 카카오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카카오의 행태를 봤을 때, 전체 서비스의 이중보다는 카카오 데이터센터로 전체 이동이 이뤄지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이다. 특히 기간 인프라 수준으로 사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DR이나 BC에 대한 대책이 없거나, 미흡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카카오의 책임이 매우 크며, 향후 이어진 배상과 관련 소송에서도 충분한 해결 방안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부분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사용자의 믿음 잃으면, 카카오 무너질 수도

카카오톡은 이전에 몇차례 중단 사태가 일어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과 같이 전체 서비스가 장기간 중단되는 사태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 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플랫폼 업체를 통틀어도 찾아보기 힘든 사례다. 물론 이번 사태에 일차적인 책임은 화재를 막지 못한 SK C&C에 있다. 하지만 다양한 사태를 감안해 DR 대책을 수립하고 사전 모의 시험을 진행해 오지 않은 카카오 측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은 메신저 시장에 대한 선점 효과의 덕을 톡톡히 누려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해 수퍼앱의 위치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서비스에 대한 믿음이 무너질 경우, 다른 대체제를 찾아 이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이번 사태 이후 국내에서는 네이버 라인이 앱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항상 언급되는 텔레그램 등 대체제는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저력은 사용자에서 나오는 만큼 사용자에 대핸 배려가 부족해 믿음을 잃게 된다면, 아마도 모든 것을 잃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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