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많은 이들에게 긴장과 불안을 안기는 공간이다. 특히 고통을 안고 병원을 찾는 환자 입장에서는, 병 자체보다 병원 시스템이 주는 불편함이 더 크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두 리우준 (Liujun Du) / 케어컴파스 설계자이자 의료 UX 디자이너
두 리우준 (Liujun Du) / 케어컴파스 설계자이자 의료 UX 디자이너

긴 대기 시간, 복잡한 절차, 방향을 알 수 없는 구조, 반복되는 서류 제출은 환자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필자는 이 경험을 고등학생 시절 직접 겪었고, 주변 친구들과 가족도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면서 환자 입장에서의 ‘의료 환경’이 얼마나 개선될 여지가 큰지를 깨달았다. 그때부터 단순한 시스템 개선이 아닌, 환자 여정을 이해하고 돕는 솔루션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케어컴파스(CareCompass)다. 병원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 외래와 진료를 반복하는 사람, 건강 문제로 불안을 느끼는 사람 모두를 위한 하나의 ‘디지털 안내자’를 만들고자 했다. 케어컴파스는 진료 전에 AI로 증상을 분석하고, 병원 도착 후에는 AR로 길을 안내하며, 의료 기록은 통합하고, 실시간으로 변동 상황을 알려주는 종합적인 플랫폼이다. 이 시스템은 기술적 접근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 필요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기술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고자 했다.

AI가 안내하는 병원 방문의 시작

케어컴파스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진료 전 단계에서부터 시작되는 AI 기반 분류 시스템이다. 환자는 병원 도착 전 자신의 증상이나 걱정되는 점을 간단히 입력하면, AI가 기존 의료 지침에 따라 이를 분석해 어떤 진료과나 서비스가 필요한지를 추천한다. 이 과정은 병원의 진료 연결 정확도를 높이고, 환자가 잘못된 부서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줄여준다. 특히 초진 환자에게 유용하며, 병원 내부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에도 기여한다.

AI 분류 기능은 단지 진료과 배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환자가 진료를 기다리는 동안, 병원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무량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이는 워크플로를 최적화하고, 의료진의 부담을 덜며, 환자 대기 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AI는 과잉 진료와 과소 진료 모두를 방지하고, 환자 중심의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효율성과 맞춤형 진료를 모두 충족시키는 핵심 기술로 작용한다.

복잡한 병원 구조 속, AR이 제공하는 직관적 안내

병원은 기능적으로 설계된 공간이지만, 환자에게는 낯설고 혼란스러운 곳일 수 있다. 케어컴파스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하여 환자에게 병원 내비게이션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병원 내부를 스캔하고, 실시간으로 방향과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복잡한 진료 구역이나 검사실 위치를 쉽게 안내해 줌으로써 환자의 불안감을 줄인다.

AR 기반 안내는 단순한 길찾기를 넘어, 현재 위치에 따른 절차적 안내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접수 이후 검사 장소로 가야 하는 경우나, 특정 진료 대기실을 찾아야 할 때 실시간으로 알림과 시각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능은 특히 고령자, 외국인 환자, 또는 병원을 자주 방문하지 않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불필요한 직원 문의나 혼란이 줄어들고, 병원 운영 측면에서도 동선 통제가 한층 수월해진다.

케어컴파스의 AR 기능은 환자뿐 아니라 병원 측에도 혜택을 제공한다. 예측 가능한 동선은 병원 내부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환자 체류 시간을 최소화하며, 공간 운영 효율성을 높인다. 결국 이는 환자 만족도와 병원 수익성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실현하는 기반이 된다.

의료 데이터를 연결하고 사용자 경험을 최적화하다

케어컴파스는 의료 기관 간 데이터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병원의 진료 기록을 통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환자는 더 이상 병원마다 종이 기록이나 USB에 담긴 데이터 파일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통합된 디지털 기록을 통해 의료진은 환자의 병력, 약물 알레르기, 검사 이력 등 필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다. 이는 진단의 정확성과 속도, 진료의 연속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플랫폼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어, 다양한 기기와 환경에서 보안이 보장된 상태로 정보를 접근할 수 있게 한다. 환자는 실시간으로 자신의 대기 순번, 검사 결과, 병실 변경 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병원 방문 중 생기는 불확실성을 줄인다. 실시간 데이터는 병원과 환자 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보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케어컴파스는 인터페이스 디자인 또한 중요한 경쟁 요소로 설정했다. 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용성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결과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흐름과 레이아웃을 구현할 수 있었다. 진료 예약과 대기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실시간 정보 카드 기능은 사용자에게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이는 앱 내 복잡한 메뉴 탐색을 줄이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진정한 혁신은 환자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케어컴파스 서비스
케어컴파스 서비스

케어컴파스는 기술의 결합이 아니라, 환자의 시선에서 출발한 ‘경험의 재설계’이다. 내가 디자인한 것은 기능 중심 시스템이 아니라, 환자의 하루를 설계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의료 절차를 최적화하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환자가 병원을 '가는 곳'이 아니라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케어컴파스는 웨어러블 연동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AI 기반 일정 예측, 다국어 음성 지원 기능 등으로 진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환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보호하고, 다양한 병원 시스템과 어떻게 연동할 수 있는가이다. 나는 데이터 보안과 환자 프라이버시를 케어컴파스의 설계 원칙으로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기능 개선을 이어갈 것이다.

디자이너로서 필자는 모든 기술 이전에 먼저 ‘사람’을 본다. 대기실에 앉아있는 환자의 표정, 길을 잃고 헤매는 가족의 발걸음, 서류를 들고 접수창구 앞에 서 있는 어르신의 손을 관찰하며 진정한 문제를 파악한다. 기술이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감정을 이해한 기술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케어컴파스가 지향하는 의료 기술의 본질이며, 우리가 앞으로도 계속 지켜갈 설계의 철학이다.

 

(*이 기고문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지티티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