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 산업은 현재 ‘냉각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대부분의 양자 프로세서는 약 10밀리켈빈(−273.14℃ 부근)의 극저온 환경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스템 유지 비용이 급증하고, 실질적인 스케일링(확장성)에 제약이 따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자-헬륨 기술을 기반으로 한 양자 컴퓨팅 스타트업 이로큐(EeroQ, CEO 닉 파워스)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로큐가 세계적 물리학 학술지 피지컬 리뷰 엑스(Physical Review X)에 “1켈빈 이상에서 단일 포획 전자의 감지 및 제어(Detection and Control of Single Trapped Electrons Above 1 Kelvin)” 논문을 게재하며, 기존 온도 조건보다 100배 높은 환경에서 단일 전자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양자 하드웨어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로 꼽히는 ‘열 발산 제약’을 실질적으로 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전도 회로 결합한 ‘헬륨 큐비트’ 구현
이로큐의 연구팀은 초유체 헬륨 위에 떠 있는 단일 전자를 온칩 초전도 마이크로파 회로와 결합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초유체 헬륨은 불순물이 거의 없는 완전한 절연체로, 전자가 외부 요인에 방해받지 않고 긴 결맞음(coherence)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헬륨 기반 큐비트는 기존 초전도 큐비트보다 더 긴 수명과 높은 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기존 이론으로만 존재했던 ‘고온에서의 안정적 전자 제어 가능성’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사례다. 이로큐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 요하네스 폴라넨(Johannes Pollanen)은 “이번 성과는 헬륨 큐비트의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초저온 인프라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품질 양자 제어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확장 가능한 양자 프로세서로의 진입
이로큐의 접근 방식은 ‘초유체 헬륨 위 전자 플랫폼’을 기존 초전도 회로와 통합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이론적 순수성과 산업적 실용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2017년 설립 이후 시카고를 중심으로 물리학, 나노공학, 반도체 제작 분야의 전문 인력을 결집해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번 성과는 상용화 가능한 양자 프로세서로의 이행에 있어, 냉각 비용을 대폭 절감하고 실리콘 칩 기반 아키텍처와의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폴라넨 CSO는 “PRX에 게재된 이번 논문은 이로큐의 연구가 과학적 타당성과 산업적 확장성 모두를 갖췄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양자 컴퓨터는 초전도 큐비트, 이온 트랩, 광자 기반 등 다양한 기술이 병행되고 있으나, 극저온 유지라는 공통적 난제를 안고 있다. 이로큐의 ‘헬륨 큐비트’ 기술은 이 한계를 넘어선 첫 실험적 증거로, 향후 양자 컴퓨팅 상용화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기반으로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큐비트 간 결맞음 제어 및 다중 큐비트 연산 실험으로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이로큐는 “1켈빈 환경에서도 고신뢰도의 양자 연산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검증하면, 양자 컴퓨팅의 실용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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