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이 가속화되면서 미국 전역에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그러나 탄소 배출과 재생에너지 비율에만 주목하는 여론 속에서, 더 조용하지만 심각한 위기가 하나 더 커지고 있다. 바로 ‘담수(淡水)’다.
AI 연산은 전력 소모뿐 아니라 냉각 과정에서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하며, 발전과 냉각의 이중 구조로 인한 물 소비가 폭증하고 있다. 전력망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화석연료 발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AI 인프라의 물 사용량은 지역 사회의 수자원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냉각수 재활용의 착시
AI 데이터센터는 기존 증발식 냉각 대신 물 순환을 최소화한 폐쇄형 냉각 시스템으로 전환하며 ‘친환경’으로 홍보되고 있다.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이 시스템은 내부 펌프와 열교환기, 제어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10~40%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그 추가 전력은 다시 화석연료 발전소에서 생산되며,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담수를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지역 내 직접 취수량은 줄었지만, 발전소 단계에서의 숨은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은 더 커진다. 이로 인해 전기요금 상승과 함께 지역사회가 부담하는 환경 비용도 증가한다.

하이브리드·건식 냉각도 완전하지 않다
자연가스 발전소나 AI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형 또는 건식 냉각도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하이브리드형 냉각은 물을 일부 증발시켜 열을 식히는 습식 방식과 공기를 이용해 냉각하는 건식 방식을 결합한 형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여전히 1MWh당 50~150갤런의 물을 소비하며, 건식 냉각은 이를 5~30갤런 수준으로 줄이지만 냉각 효율 저하로 인해 훨씬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한다. 냉각 효율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추가 전력이 투입되면서 전기요금이 오르고, 이 역시 발전 단계에서 새로운 물 소비로 이어진다.
폐열로 물을 만드는 제로에너지 정화 기술
AI 인프라 기술기업 그뉴톤(Gneuton)이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기술을 제시했다. 그뉴톤의 특허 기술인 ‘제로에너지 열 증류(Zero Energy Thermal Distillation)’ 시스템은 가스터빈 기반 AI 데이터센터 또는 백업 발전기의 폐열을 이용해 산업폐수, 염수, 생산수 등 오염수를 정화해 깨끗한 담수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는 추가 전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기존 인프라와도 자연스럽게 통합된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AI 데이터센터는 고효율 수냉식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순수 담수의 추가 사용을 0으로 만들 수 있다. 동시에 가스터빈 발전소 역시 전통적인 습식 냉각 방식을 유지해 높은 열효율을 확보하면서, 그뉴톤 기술을 통해 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정화된 담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를 ‘물 소비 시설’에서 ‘물 생산 인프라’로 전환함으로써, 지역사회 수자원 회복력(resilience)을 강화한다.
AI는 이미 에너지 인프라의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에너지 효율만으로는 지속가능성을 정의할 수 없다. 발전, 냉각, 전력 소비가 연결된 순환 구조 안에서 수자원 부담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그뉴톤의 기술은 물 소비를 단순히 줄이는 것이 아니라, AI 인프라 자체를 수자원 공급원으로 재설계하는 평가된다.
그뉴톤 브래드 마르티노(Brad Martineau) CEO는 “폐쇄형 냉각은 지역의 직접적인 물 사용을 줄이지만, 그만큼 발전소의 물 사용량을 늘린다.”라며 “지속가능성이란 부담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함께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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