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법률 산업에서 주변적이거나 실험적인 기술이 아니다. 과거 중견 로펌들은 스프레드시트, 워드 프로세서, 사건 관리 소프트웨어와 같은 개별 도구에 의존하며 복잡한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고객은 점점 더 빠르고 정확한 사건 처리와 효율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반복적이고 단순한 작업을 자동화해 인력 확충 없이 더 많은 사건을 소화하는 것이 새로운 경쟁 조건이 되고 있다. 이제 법률 서비스의 핵심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통합하고 운영 프로세스에 녹여내는가에 달려 있다.
플랫폼 전환과 내장형 AI의 필요성
법률 기술 시장은 오랫동안 단편화되어 왔다. 많은 중견 로펌들은 생산성 제품군과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혼합해 운영해왔으나, 이는 불균형한 디지털화와 수익성 차이를 초래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시장은 포인트 솔루션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반 기록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변호사협회가 발표한 2024년 법률 기술 조사에 따르면 로펌의 AI 도입률은 1년 만에 11%에서 30%로 급증했다. 특히 변호사 수 10~49명 규모의 중견 로펌에서도 같은 수치로 증가했다.
AI 도입률 증가와 함께 중요한 변화는 AI를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기존 업무 플랫폼 내부에 내장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초기의 AI 도입은 사건 인용 오류나 부정확한 응답을 빈번히 발생시켜 신뢰에 타격을 주었다. 그러나 임베디드 AI는 기업 내부 데이터 소스와 플랫폼에 직접 통합되어 작동함으로써 정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이 접근 방식은 데이터 거버넌스를 강화하고 불필요한 환각 문제를 줄이며, 변호사와 법률 보조원의 시간을 반복적 작업에서 전략적 의사 결정으로 재분배한다.
플랫폼 전환은 단순한 도구 개선이 아니라 인프라 수준의 변화를 의미한다. 내장형 AI는 사건 접수, 분류, 연대기 구축, 소송 지원, 합의 계획 수립 등 사건 처리의 모든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구조는 반복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 업무 효율성을 강화한다. 실제로 62개 기업을 대상으로 9개월간 진행된 베타 테스트에서 약 60%가 내장형 AI 기능을 도입했으며, 문서 요약, 데이터 추출, 사례 상담 등에서 정규직 직원 2.5명에 해당하는 효율성을 달성했다. 이는 곧 사건 처리량 증가와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졌다.

데이터 거버넌스와 신뢰 확보
AI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뢰와 거버넌스다. 데이터는 법률 산업의 가장 민감한 자산이며, 기밀 유지와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AI 도입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공공 대규모 모델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 내부 시스템에서 데이터가 관리되고, 승인된 저장소와 문서 유형에 한정된 모델이 사용되는 것이 핵심이다. 모델은 충분한 데이터가 없을 경우 “모르겠습니다”라고 응답해야 하며, 이는 과신으로 인한 오류와 맥락 누설을 방지한다.
AI는 데이터 거버넌스와 함께 규제 준수에도 기여한다. GDPR, PCI DSS, ISO와 같은 국제 규제는 법률 기업에도 적용되며, AI 기반 시스템은 로그 기록과 접근 제어를 자동화해 이를 지원한다. 이는 고객 신뢰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규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한다. 또한 내장형 AI는 브리치 감지와 계정 인수 방지 같은 사전 예방 기능을 제공해, 데이터 유출 가능성을 크게 낮춘다.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장치뿐 아니라 운영적 책임도 필요하다. 사실 확인, 인용 검증, 권한 부여는 기업 내부에서 담당해야 하며, 이는 AI 시스템이 제공하는 결과를 관리자가 책임감 있게 검증하는 구조를 형성한다. 사건 이력을 외부의 검증된 자료와 연계하여 정확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추세다. 결국 AI가 도입되는 만큼 기업의 데이터 관리 역량과 운영 프로세스의 성숙도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경제적 효과와 시장 전망
AI 기반 법률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는 사건 처리 용량의 확대다. 동일한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할 수 있으며, 이는 즉각적인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원고 측 사건과 같이 처리량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효과가 뚜렷하다. 시간이 지나면 가격 모델도 변화해, 소규모 기업은 문서 요약이나 데이터 추출 같은 개별 기능만을 소비 기반으로 구매하고, 대규모 기업은 더 넓은 번들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법률 AI 시장의 성장 전망도 매우 크다. 가트너는 2027년까지 법률 기술 시장이 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며, 생성AI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단순히 기술만 도입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AI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 데이터, 프로세스를 조율해 기업의 디지털 준비도를 높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구매가 아닌 조직 차원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의 도입도 의미 있는 변화다. 변호사와 법률 보조원은 사건에 대해 자연어로 질문하고, 판례와 문서에서 필요한 답을 즉시 얻을 수 있다. 이는 법률 보조원의 업무 시간을 단순 검색과 편집에서 분석과 전략 수립으로 재분배한다. 결국 이러한 변화는 법률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킨다.
중견 로펌의 전략적 선택은 이제 단순히 AI를 도입할지 여부가 아니라 어떻게 도입할지로 이동했다. 내장형 AI를 중심으로 운영 체계를 재편하는 기업은 사건 처리량 증가와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하고 있으며, 여전히 레거시 도구에 의존하는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경쟁 우위는 내장형 AI 전략에 달려 있다
법률 산업에서 AI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기술을 일련의 앱이 아닌 운영 인프라로 받아들이고, 접수부터 사건 처리와 결과 관리까지를 동일한 체계로 통합하는 기업만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준비도가 높은 기업은 AI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높이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빠르게 포착할 것이다. 반대로 기존 방식에 머무르는 기업은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것이다.
AI는 법률 서비스 전반에 걸쳐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제 시장의 핵심 과제는 “AI를 도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AI를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로 전환되었다. 내장형 AI를 전략적으로 통합하는 기업만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이 기고문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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