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글로벌 통신 산업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던 역할에서 벗어나, AI와 결합해 방대한 컴퓨팅 파워를 품은 지능형 인프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AI 기반 서비스의 확산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자율적이고 목적 지향적으로 스스로 운영·최적화하는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역시 5G를 넘어 6G 기술 주도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초고해상도 XR 서비스와 AI 애플리케이션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혁신이 한창이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는 더 이상 단순한 통신망이 아니라, AI 처리와 빅데이터 분석, 보안, 그리고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초디지털 시대의 핵심 기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B2B 통신 장비 기업 노키아(Nokia)가 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앰플리파이 코리아(Amplify Korea)’를 개최하고 AI가 주도하는 네트워크 혁신과 초디지털 사회를 대비한 기술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통신업계가 디지털 전환과 ‘인더스트리 4.0’을 넘어 ‘인더스트리 5.0’으로 진화하면서, AI가 네트워크 트래픽, 자동화, 수익화 구조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짚고 새로운 성장 방안을 제시했다.

AI가 바꾸는 네트워크 패러다임

노키아는 네트워크가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파이프가 아니라 AI의 컴퓨팅 파워를 직접 제공하는 ‘AI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진화의 핵심은 사람 개입 없이 스스로 운영·최적화·문제 해결을 수행하는 AI 기반 ‘자율 운영 네트워크(Autonomous Network)’다.

노키아코리아 안태호 대표
노키아코리아 안태호 대표

노키아코리아 안태호 대표 이사는 “노키아가 지향하는 자율 운영 네트워크는 단순 자동화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을 포함한 ESG를 실현하고, 머신러닝 기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상황을 예측 및 대응하는 복합 유기체”라며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차세대 디지털 혁신의 핵심이며, 노키아는 AI 기반 기술을 실제 네트워크에 적용해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이 앞으로 한국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키아코리아 한유찬 CTO는 “네트워크는 단순히 데이터를 전달하는 파이프가 아니라, AI의 컴퓨팅 파워를 직접 제공하는 AI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2030년 이후 초디지털 연결 사회를 대비한 노키아의 기술 비전 ‘퀀텀 시대를 향한 디지털 가속화’를 설명했다.

노키아코리아 한효찬 CTO
노키아코리아 한효찬 CTO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구현과 운영·보안 기술

한 CTO는 AI 기반 자율 네트워크 비전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그는 “네트워크가 프로그램처럼 목적에 맞게 작동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가 미래의 핵심”이라며, 자동화 수준이 무선 영역에서 레벨 4로 진입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 “의도를 가진 명령만으로 네트워크가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미 도달했으며, AI 오퍼레이션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분석·실행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됐다.”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노키아는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딥필드(Deepfield) 보안 솔루션과 고속·고보안 데이터 전송을 지원하는 첨단 IP 라우터를 소개했으며, AI가 적용된 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NSP)으로 자율 네트워크 비전을 실현하고 있다.

AI로 무선 네트워크 혁신...RAN부터 듀얼 부스트까지

노키아는 무선 접속 네트워크(RAN) 부문에서도 AI를 전면 배치했다. AI RAN 분야에서 노키아는 이미 4년 전부터 AI/ML 가속기를 자체 기지국 칩셋에 설계해 탑재해 기존 퍼포스 빌트(Purpose-built) 하드웨어에서도 AI RAN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처럼 퍼포스 빌트 하드웨어에서도 AI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칩셋 개발 단계에서부터 AI/ML 가속기를 내장한 점과 더불어, 노키아는 AI를 활용해 무선망의 성능을 높이는 동시에 운영 비용(OPEX)을 절감할 수 있도록 자율 운영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한 것이 차별화된 점이다. 

또한 단순히 무선 영역에 그치지 않고, AI RAN 구현을 위해 필수적인 광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내 인터커넥션까지 엔드 투 엔드로 제공할 수 있는 점도 노키아 AI RAN의 차별화 요소다.

노키아는 “AI RAN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선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전체 연결망이 엔드 투 엔드로 연계돼야 하며, 노키아는 이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노키아의 AI RAN 솔루션은 셀 활용도를 30%까지 향상시키는 ‘만타레이 오토파일럿(MantaRay AutoPilot)’을 포함하며, AI가 통합된 에어스케일(AirScale) 기지국은 다양한 무선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해 효율성과 사용자 경험을 동시에 개선한다. 여기에 무선망 처리량을 30% 향상시키는 듀얼 부스트 매시브 MINO(Dual Boost Massive MIMO) 기술과 6GHz 이상 주파수 대역을 지원하는 6G-레디(6G-ready) 라디오도 선보였다.

또한 애니랜(anyRAN) 기술을 통해 상용 클라우드 랜(RAN)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AI와 클라우드 기술을 결합해 인프라 운영의 효율성과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트래픽 폭증...에지·디바이스가 관건

한 CTO는 AI 서비스의 폭발적 확산이 네트워크 트래픽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애플의 사진 편집 기능과 같이 AI가 단말기에서 동작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데이터가 네트워크로 올라가 GPU에서 연산된 뒤 내려온다.”라며, AI 서비스가 단말→네트워크→단말 구조로 업링크 트래픽을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키아는 AI가 보편화되면 2023~2033년 동안 네트워크 트래픽이 연평균 18~22%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특히 XR 글래스 등장 이후 초고해상도 데이터 수요로 AI 트래픽 급증을 예상했다.

한편, 그는 “AI 인프라는 단순히 GPU를 구축하는 문제가 아니라, GPU의 연산 결과를 주고받는 네트워크 자체가 AI 인프라의 일부가 됐다.”라며 “기지국이 서버화되면서 네트워크가 곧 데이터센터와 하나가 되었고, 에지부터 코어까지 모든 영역에서 AI가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며 네트워크 장비도 GPU급 컴퓨팅 파워를 갖춘 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6G 주도 전략과 초디지털 시대 대비

노키아는 자사 6G 로드맵과 국내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028년 말에 6G 표준화가 완료되고, 상용화는 2029~2030년으로 예상했다. 이 일정에 맞춰 기술을 준비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는 6G 후보 주파수 연구, 하이마이모(Extreme MIMO) 기술 등 여러 원천 기술 분야에서 이미 협업을 시작했다. 

특히 6G에서는 통신과 센싱의 통합,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양자 리피터(Quantum Repeater) 등 혁신적인 기술이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되며, 노키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체 기술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노키아는 글로벌 통신 시장의 성장률이 산업 평균 20%를 넘는 반면, 통신사업자들의 매출 성장률은 2% 이하에 머물러 정체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AI 인프라와 네트워크 클라우드 연속체를 기반으로 통신사업자들이 직접 혁신을 창출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번 행사를 통해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한국의 리더십과 AI 생태계 전환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재확인했다.”라며 “6G, 클라우드, 차세대 연결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과 통신사업자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 기회를 제공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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