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이 불러온 사기 피해의 일상화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과 금융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미국 사회에서 사기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신원 및 사이버 보호 기업 제네랄리(Generali) 지원을 받는 아이리스(Iris powered by Generali)는 글로벌 안티스캠 얼라이언스(Global Anti-Scam Alliance, GASA)와 함께 ‘2025 미국 사기 현황 보고서(State of Scams USA 2025)’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인들의 일상 속 사기 노출 빈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제도적 대응 미비로 인한 피해 확산 우려를 부각시켰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7%가 지난 12개월 동안 사기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으며, 이는 성인 10명 중 7명꼴이다. 평균적으로 응답자들은 연간 377건의 사기 시도에 노출돼 거의 매일 사기 공격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적 피해를 입은 비율도 20% 이상에 달했으며, 피해자 1인당 평균 손실액은 1086.70달러, 전체 손실 규모는 약 640억 달러에 달했다.

사기 발생 경로와 피해 회복의 한계
사기 수단의 대부분은 문자, 이메일, 전화와 같은 다이렉트 메시징 기능을 갖춘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응답자의 80%가 이러한 채널을 통해 사기를 경험했다고 보고했으며, Gmail, Facebook, Instagram이 가장 많이 연루된 서비스로 지목됐다. 반면 X(트위터), Snapchat, Telegram은 사기 신고 대응이 늦어 소비자 불만이 집중됐다. 이는 플랫폼별 보안 체계와 대응 속도 격차가 피해 확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 74%는 사기 경험을 신고했으나, 절반 이상인 57%는 플랫폼에서 실질적인 대응 조치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사기 피해자의 경우 82%가 은행이나 결제 서비스에 신고했지만, 자금을 일부라도 회수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피해액을 전혀 회수하지 못한 경우도 38%에 달했다. 신고 자체를 꺼리는 비율도 상당했다. 응답자의 18%는 “어차피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해, 제도적 신뢰 부족이 피해 악순환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
아이리스 CEO 페이지 셰퍼(Page Schaefer)는 “미국인들은 매일 사기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피해자 상당수가 평균 1,000달러 이상의 손실을 겪고 있다”며 “제도적 보호 장치가 부족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표준이 되어야 하며, 강력한 동맹과 협력 체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GASA 전무이사 조리 아브라함(Jorij Abraham) 역시 “미국인의 77%가 사기를 당하고도 절반도 안 되는 수준에서만 자금 회수가 가능하다”며 “현재의 보호 체계는 근본적으로 미흡하다. 피해자 지원과 신뢰 회복, 사기 확산 방지를 위해 부문 간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단순한 피해 현황 파악을 넘어, 사이버보안 인식의 달(Cybersecurity Awareness Month)을 맞아 소비자 보호와 교육 강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했다.
글로벌 확산과 국내에 주는 시사점
이번 조사 결과는 미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디지털 금융, 전자상거래, 소셜 미디어 활용이 보편화된 글로벌 환경에서 사기는 국경을 초월해 확산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모바일 메신저와 이메일을 통한 피싱, 가짜 투자 플랫폼, 온라인 쇼핑몰 사기 등이 공통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메신저 피싱, 스미싱, 가상자산 투자 사기 피해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수천억 원대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고도화된 AI 기반 음성·영상 합성 기술은 지인 사칭, 기업 이메일 침해(BEC)와 같은 신종 사기를 양산하며, 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금융권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 종합대책’ 등 제도적 대응을 강화하고 있으나, 미국 사례처럼 피해 회수율이 낮다는 점은 공통된 과제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고서가 제시한 교훈을 한국 사회도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기 예방과 피해자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플랫폼 사업자와 금융기관, 정부기관 간 정보 공유와 신속 대응을 체계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일반 소비자 대상의 교육과 인식 제고 활동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수준의 사기 범죄 조직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 미국 사기 현황 보고서’는 사기가 일상화된 사회적 위협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며, 제도적 대응과 피해 회복 간의 큰 격차를 드러냈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수치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공통 과제이며, 한국 역시 동일한 위험에 직면해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사기는 단일 기관이나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부문 간 협력과 국제적 연대, 그리고 소비자 중심의 교육 강화가 핵심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