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은 무역 정책 변화, 관세 인상,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회복 탄력성 확보라는 이중 과제를 수행해야 하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달 부문이 기업 전략의 최전선에 서고 있다. 단순한 비용 관리 부서로 인식되던 조달 조직은 이제 리스크 관리, 민첩한 대응, 그리고 전략적 가치 창출의 핵심 부서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기술 발전은 조달 부문의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중심 의사결정 도구는 기존의 수동적이고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대체하고 있으며,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가능하게 한다. 디지털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는 글로벌 기업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대응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덴트 파트너스(Ardent Partners)의 ‘2025년 소스-투-페이 디지털화 현황(State of Source-to-Pay Digitization 2025)’ 보고서는 조달 부문이 직면한 과제와 기술 도입 현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조달 책임자(CPO)의 53%가 전년 대비 조달-지급(S2P) 기술 예산을 확대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4년 30%에 불과했던 수치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결과다.

조달의 최우선 과제는 비용 절감(71%)과 공급망 위험 감소(42%)였으며, 디지털 혁신 추진(37%)이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47%는 운영 프로세스 간소화와 복잡한 공급망 관리 강화를 위해 통합 S2P 기술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치는 조달이 기업의 전략적 투자 우선순위로 급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또한 AI의 도입 현황과 전망을 강조했다. 전체 CPO의 절반가량이 이미 AI를 조달 업무에 활용하고 있으며, 72%는 AI의 영향이 혁신적이거나 상당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활용 분야는 공급업체 발굴, 지출 분석, 계약 분석, 소싱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으며, AI가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AI와 데이터 중심의 기술 특징

AI 도입의 가장 큰 목표는 생산성 향상이다. 응답자의 79%는 AI를 통한 생산성 증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어 49%는 의사 결정 개선, 40%는 효율성 강화, 32%는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고 답했다. 또한,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30%)와 스마트 예측(27%)도 주요 활용 기대치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조달 부문이 단순한 비용 관리 단계를 넘어 전략적 의사 결정과 혁신적 가치 창출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계약 분석, 공급업체 리스크 평가, 지출 투명성 확보 등 고도화된 영역에서 AI는 조달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AI의 성공적 활용이 강력한 데이터 기반에 달려 있음을 지적했다. 응답자의 48%는 성과 향상을 위한 핵심 요소로 데이터 가시성과 분석 역량 강화를 꼽았으며, 42%는 데이터 품질 저하와 접근성 부족을 S2P 성능의 주요 장애물로 지목했다. 이는 데이터 품질과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최신 기술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산업별 파급 효과와 시장 변화

이번 보고서의 결과는 산업 전반에 걸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제조업에서는 원자재 조달과 부품 공급망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며, AI 기반 계약 분석과 예측 기능은 생산 차질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금융 부문은 규제 준수와 리스크 관리 요구가 크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공급업체 평가 자동화가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만큼, AI와 데이터 분석은 조달 과정에서 신뢰성과 효율성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와 리쇼어링(Reshoring) 전략이 강화되면서, 조달 부문의 전략적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투자가 조달팀의 성과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AI와 데이터 중심의 S2P 플랫폼을 통해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발루아(Ivalua)의 제품 마케팅 담당 수석 부사장 비샬 파텔(Vishal Patel)은 “외부적인 어려움이 심화되고 공급망이 재조정되면서 기업들은 비용, 의존성, 회복탄력성을 재평가하고 있다”며, “조달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으며, 기술이 비즈니스 성과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 기업은 데이터를 혁신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야 하며, 데이터 품질에 대한 투자, AI 리터러시 구축, 통합 S2P 플랫폼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AI 변혁은 민첩성,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그리고 규모에 맞는 적응 능력을 요구하는 지속적 여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덴트 파트너스의 보고서는 조달 부문이 단순 비용 관리 기능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와 데이터 기반 혁신은 조달팀이 공급망의 불확실성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비용 절감과 효율성 향상이라는 전통적 과제를 넘어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기술 예산 확대와 AI 도입 가속화는 조달 부문이 더 이상 지원 기능이 아닌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조달 혁신은 데이터 품질 강화, AI 리터러시 확대, 통합 플랫폼 도입을 통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운영 효율화가 아니라 기업 생존과 성장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지티티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