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클라우드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서 있지만, 여전히 규제와 해외 의존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다.

독일 기업 임원의 80%가 안전하고 독립적인 디지털 인프라가 유럽 번영의 열쇠라고 답했지만, 현실은 미국의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의 3분의 2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의료, 금융, 정부 등 민감 산업조차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에 의존하는 상황은 데이터 주권과 보안, 규제 준수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관료주의가 만든 혁신의 장벽

유럽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이아-X(Gaia-X)와 같은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가이아-X는 유럽연합 주도의 디지털 인프라 프로젝트로, 미국 빅테크 클라우드 의존도를 줄이고 유럽 내 데이터 주권과 상호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출범한 이니셔티브다. 개방형 표준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유럽 기업·기관이 안전하게 데이터와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와 복잡한 행정 절차가 발목을 잡았다. 문제는 미국 기업의 지배적 위치만이 아니라 유럽 내부의 규제 환경이다. EU는 지나치게 많은 행정 절차를 만들어 지역 혁신을 늦추고 있다.

지나치게 구조화된 통제와 엄격한 요건은 오히려 실행력을 떨어뜨렸고,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검증된 미국 클라우드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혁신 부족이 아니라 관료주의가 만들어낸 실패였다.

유연한 표준과 협력이 해법

유럽이 진정한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려면 과도한 규제 대신 유연하고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가이아-X의 가장 큰 교훈은 과도한 규제가 강력한 아이디어조차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프로젝트는 개방성과 기술적 명확성을 중심으로,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공급업체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COFED와 같은 새로운 움직임은 기존 역량을 통합하고 협력을 우선시함으로써 더 유망한 방향을 보여준다. 공통 표준을 통해 대규모 이해관계자와 지역 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강력한 유럽 클라우드 인프라는 단순히 미국 기업을 배제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는 지역적 가치를 창출하고, 유럽 내 투자와 전문성을 유지하며, 위기 상황에서 유연성을 보장하는 기반이 된다.

혁신이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된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안전한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며, 사회 전체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된다. 유럽의 클라우드 미래는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실용적인 균형을 찾는 것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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