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펀드 산업은 규제 강화와 자금세탁 위험 증가에 따라 투자자 검증 체계가 자본 조달 과정의 핵심 관문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기존에는 자금세탁방지(,Anti-Money Laundering, 이하 AML)과 고객신원확인(Know Your Customer, 이하 KYC)가 주로 백오피스 중심의 규제 준수 작업에 머물렀지만, 투자 구조가 복잡해지고 다국가 펀드가 확산되면서 검증 속도·정확성이 직접적인 조달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유한 투자자(이하 LP)와 투자 운용사(이하 GP)는 서로 다른 지역의 규제 체계를 따라야 하며, 문서 표준·요구 자료·감독 주체가 상이해 실사 과정에서 병목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단일 오류나 온보딩 지연만으로 조달 일정이 중단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으며, 컴플라이언스 미흡이 단순한 리스크가 아닌 투자자의 선택권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으로 강화되고 있다.

CSC가 발표한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AML/KYC가 투자자 신뢰를 재정의하는 방법(Beyond Compliance: How AML/KYC is Redefining Investor Confidence)’의 보고서는 LP와 GP 양측이 AML/KYC 검증을 자금 조달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고 있음을 수치 데이터로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AML/KYC 부실이 자금 조달 실패로 직결되는 구조적 위험

LP의 87%는 AML/KYC 우려로 펀드 출자를 보류하거나 재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검증 체계가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투자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LP는 규제 의무화 이전 단계에서도 AML·KYC 역량을 갖춘 운용사를 선택하며, 출자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GP 역시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다. 응답자의 63%가 AML/KYC 미흡으로 투자자 또는 재투자를 잃었다고 보고했으며, 그 원인으로 문서 격차 61%, 온보딩 지연 24%를 지목했다. 이는 초기 자료 수집 방식, 검증 프로세스의 자동화 수준, 지역별 문서 기준 불일치가 조달 실패로 직접 전환됨을 의미한다.

LP는 실사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관할지역 간 불일치(82%)와 독립적 감독 부족(48%)에서 찾고 있다. 이는 여러 지역에서 펀드를 운영하는 GP일수록 규정 준수 체계를 단일화하지 못할 경우 LP의 투자 검증을 통과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LP 요구 기준 강화 속 GP의 아웃소싱 전략 확산

보고서에 따르면 LP의 88%가 공식 AML/KYC 프로그램을 갖춘 운용사에 투자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답했다. 이는 AML/KYC 체계를 갖춘 기업이 규제 의무 이전 단계에서도 신뢰를 확보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LP들이 3년 내 AML/KYC가 실사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한 비율도 97%에 달해 향후 검증 기준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GP들은 대응 전략으로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전체 GP의 91%가 일부 또는 전부를 외부 전문 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약 75%가 아웃소싱을 통해 10~30%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했다. 이는 다국가 규제 환경에서 전문 업체의 표준화된 문서 관리, 제재 리스트 모니터링, 위험 판단 전문성이 비용·속도 측면에서 GP에게 실질적 이익을 제공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규제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도 아웃소싱 확산을 촉진하고 있다. EU는 2026년 고위험 금융 기관 감독 권한을 갖는 AMLA(Anti-Money Laundering Authority)를 출범시키고 있으며, 이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한 GP는 절반 이하(47%)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기술 투자와 아웃소싱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배경을 제시한다.

산업 변화와 향후 전략: 전문성·기술·속도 중심 구조로 재편

CSC의 샬린 프랜시스(Chalene Francis) 수석 총괄이사는 AML이 백오피스 중심의 컴플라이언스를 넘어 자금 조달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 요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용사가 온보딩 지연과 문서 누락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제공업체와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이 이미 진행 중일 때까지 준비를 미루는 것은 조달 실패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CSC 유럽 투자자 서비스 총괄 레티시아 비카(Laettitia Vika)는 관할지역 간 기준 불일치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제재 목록 때문에 자동화와 전문 인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기술과 전문팀의 결합이 LP 신뢰도 제고와 온보딩 마찰 최소화에 핵심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GP들은 아웃소싱 비중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내년에는 83%의 GP가 아웃소싱을 늘릴 계획이며, 59%가 기술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는 규제 변화 속도가 실무 준비를 앞지르기 때문에 기술 기반 표준화·자동화를 갖춘 구조로 전환이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CSC 보고서는 AML/KYC가 더 이상 규제 준수 업무에 국한되지 않고 자금 조달, 투자자 관계, 재투자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LP는 규제가 의무화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AML/KYC 체계를 갖춘 운용사를 우선 선택하고 있으며, GP는 문서 격차와 온보딩 지연으로 실제 조달 손실을 경험하고 있다.

다국가 규제 변화에 맞춰 기술·전문 인력·아웃소싱에 기반한 표준화된 검증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펀드 산업의 지속 가능한 조달 구조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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