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생성AI와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2023년 금융권 망분리 규제 완화 등 제도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클라우드는 더 이상 비중요 업무만의 영역이 아닌 중요 업무까지 확장됐다. 금융권은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 운영 민첩성, 데이터 기반 혁신을 위해 클라우드를 필수 인프라로 인식하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금융정보화추진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금융정보화추진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금융권 IT 예산은 약 9조 4천억 원에 달하고 올해는 1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투자 확대로 클라우드와 AI 기술 도입이 가속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16일 ‘AWS의 글로벌 금융 사업 전략 및 IDC 한국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 현황 연구’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금융권의 클라우드 도입 현황과 향후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AWS 노경훈 금융사업부 총괄과 케이뱅크 차대산 CIO가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플랫폼 구축 사례와 생성AI 활용 전략을 공유했다.

국내 금융권의 클라우드 고도화

AWS는 IDC에 의뢰해 진행된 ‘2025 한국 금융권 클라우드 이용 현황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25년 2월부터 4월까지 국내 15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온라인 및 전화 조사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의 92%가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으며, 클라우드는 비즈니스 민첩성과 운영 최적화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 총괄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클라우드가 금융권에서 혁신의 실험장이었다면 이제는 비즈니스 연속성과 IT 운영 자동화, 빠른 시장 대응을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밝혔다.

AWS 노경훈 금융사업부 총괄
AWS 노경훈 금융사업부 총괄

금융권의 클라우드 활용 우선순위는 ▲재해복구 및 비즈니스 연속성 확보(42%) ▲IT운영 자동화(35%) ▲신속한 금융 서비스 출시(34%) 등 이었다. 또한 금융권의 64%가 클라우드 관련 예산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AI와 머신러닝 기반의 개인화 금융 서비스, 디지털 채널 고도화 등에도 클라우드 활용이 집중되고 있다.

퍼블릭 클라우드 사용률은 46%에 이르렀고, 프라이빗 클라우드도 10%를 차지해 온프레미스 기반 IT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구조적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노 총괄은 “매일 새로운 AI 모델이 등장하고 기술 트렌드가 바뀌는 상황에서, 클라우드는 언제든지 다양한 모델을 선택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라며 클라우드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국내 금융권, 클라우드 기반 AI 혁신 사례 잇따라

AWS는 금융권의 클라우드 혁신 사례로 글로벌과 국내 다양한 고객 사례를 소개했다.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나스닥(Nasdaq)이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 기반의 생성AI 솔루션을 활용해 시장 조작과 내부자 거래 탐지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기업 공시, 산업 뉴스, 링크, 감성 분석 등 다양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요약해 규제기관과 운영자가 수백조 건의 거래 메시지를 신속히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나스닥은 감시 애널리스트의 조사 시간을 약 33% 단축했다.

내셔널 오스트레일리아 뱅크(NAB)는 아마존 큐 디벨로퍼(Amazon Q Developer)를 도입해 수천 명의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개발 환경에서 생산성을 41% 높이고 코드 품질을 45% 개선했다. 

국내 사례로는 코리안리재보험이 AWS 기반으로 문서 중심 지식 검색 플랫폼을 구축해 오픈 서치(Opensearch)를 활용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 체계를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각종 사규를 중앙화하고 챗봇으로 연결해 일부 부서의 생산성을 20% 이상 높였다. 특히 기존 광화문 사옥 내 데이터센터를 완전히 폐지하고 모든 시스템을 AWS 클라우드로 이전해 물리적 인프라를 줄였다.

KB증권은 아마존 베드록과 세이지메이커(SageMaker) 기반의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ECS 기반의 컨테이너 오케스트레이션과 클라우드 워치(CloudWatch) 모니터링을 적용해 복잡한 인프라 관리 없이도 AI 개발과 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망분리 환경에서도 AI 에이전트를 신속히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확보해, 금융권의 규제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고 민첩한 AI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며, AI 개발과 운영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AWS 머신러닝(ML) 파이프라인을 활용해 복잡한 서류를 생성AI로 정확히 인식하고 처리해 ‘보험금 즉시 지급’ 서비스를 실현했으며, 이를 통해 고객 만족도와 재가입률을 향상했다. 

케이뱅크, 클라우드 네이티브 도약

케이뱅크는 이번 간담회에서 클라우드 기반 기술 혁신 전략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차 CIO는 “케이뱅크는 설계·구현·운영의 모든 역량을 내재화하면서 클라우드를 도입했고, 단순히 비용 절감이 아니라 기술 주도권 확보가 목표였다.”라며 “클라우드 전환은 금융 디지털 혁신의 본질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 차대산 CIO
케이뱅크 차대산 CIO

케이뱅크는 ▲멀티클라우드 기반 앱뱅킹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MSA) ▲데이터 레이크하우스(Data Lakehouse) 등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앱뱅킹 시스템은 멀티클라우드 구조로 설계해 트래픽 폭증, 장애, 서비스 확장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MSA 전환으로 서비스별 독립성과 배포 유연성을 높여 뱅킹 플랫폼의 안정성과 민첩성을 강화하고 있다.

데이터 플랫폼 측면에서는 데이터레이크와 데이터웨어하우스를 통합한 데이터 레이크하우스 체계를 구축해 AI가 학습·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AI 기반 비용 최적화(FinOps), 시스템 설계·구현 자동화, 조직 역량 강화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또한 클라우드를 단순히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적으로 최적화하고 통제할 수 있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조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AI 서비스 비용 최적화(FinOps) 전략을 통해 운영 비용과 자원 활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멀티클라우드 전략과 관련해 단일 클라우드 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중단되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 멀티클라우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생성AI 내재화

케이뱅크는 ‘AI 파워드 뱅크(AI Powered Bank)’를 비전으로 내세우며 생성AI 기술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금융사기 탐지, 마케팅 자동화, 투자지표 서비스, 소스코드 개발 보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향상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프라이빗 LLM을 활용해 민감 데이터를 안전하게 학습하고, 동시에 퍼블릭 클라우드 기반 멀티모달 AI 모델을 도입해 고성능 서비스를 구현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금융 서비스 차별화 및 조직 생산성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차 CIO는 “AI 기술은 고객 체감 서비스를 차별화하는 핵심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AI 혁신으로 더 편리하고 안전한 은행을 지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AWS의 국내 금융권 혁신 전략

AWS는 국내 금융권의 디지털 전 가속을 위해 기술적 혁신과 산업 맞춤형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노 총괄은 “AWS는 지난 10년간 한국 금융권의 규제 변화에 발맞춰 국내 금융사들의 클라우드 도입을 적극 지원해왔으며, 특히 보안·규정 준수 역량과 산업별 레퍼런스가 강점”이라고 밝혔다.

AWS는 ▲고가용성 인프라와 하이브리드·멀티클라우드 아키텍처 제공 ▲금융 특화 규제·보안 준수 지원 ▲AI·머신러닝을 포함한 최신 기술 도입을 위한 서비스 포트폴리오 확대 ▲금융권 맞춤형 교육과 트레이닝을 통한 인재 양성 ▲금융사·핀테크·파트너사와의 협업 강화 등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2017년 이후 국내에서만 30만 명 이상의 IT 인력을 교육했으며, 금융권의 AI 도입을 뒷받침하기 위해 아마존 베드록을 포함한 다양한 생성AI 서비스를 엔드투엔드로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고객별 규제 보고 지원, 비용 최적화 솔루션, ESG를 고려한 지속가능한 인프라 운영 등 기술적·비즈니스적 측면에서 종합적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다.

노 총괄은 “한국은 금융거래의 핵심인 계정계 시스템을 옮기는 데 있어 보수적 성향이 강하고 규제 환경도 엄격해 글로벌 대비 속도가 느리지만, 점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금융권의 AI 경쟁력 확보와 디지털 혁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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