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컴퓨팅은 이론 중심의 학문적 영역에서 벗어나 산업·과학 분야의 실제 적용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양자 기술의 융합은 차세대 기술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생태계 정비와 기술 상용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큐비트 기반 하드웨어 외에도 인재 확보,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이식성과 성숙도, 통합 관리 체계가 산업 확산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초전도 양자컴퓨터 글로벌 기업 IQM 퀀텀 컴퓨터스(IQM Quantum Computers)는 시장 분석기업 옴디아(Omdia)와 공동으로 양자 산업의 최신 동향과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세 번째 ‘스테이트 오브 퀀텀 2025(State of Quantum 2025)’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 시장은 상업적 배포 가속화로 인해 203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2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사는 유럽, 북미,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의 업계 전문가, 투자자, 사용자 인터뷰와 설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산업화의 진입 장벽, 하드웨어를 넘어 인재와 소프트웨어로 확장

보고서에 따르면 양자 산업은 단순히 큐비트 수 증가를 넘어 인재 부족과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의 단편화라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응답자의 75%는 양자 기술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올바른 애플리케이션 정의’를 꼽았으며, 현재 소프트웨어 스택은 이식성과 호환성이 떨어져 다양한 벤더 환경에서의 활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보고서는 고성능 컴퓨팅(HPC)과의 통합이 양자 기술의 현실 적용을 위한 인프라 기반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HPC는 양자 시스템과 기존 컴퓨팅 리소스 간의 조화로운 작동을 가능하게 해주며, 이를 통해 얼리어답터들의 수익 창출 확대와 산업 내 신뢰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와의 융합 역시 주목받고 있다. 응답자들은 양자 기술이 AI와 결합될 경우 복잡한 문제 해결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학제 간 전문성을 결합한 팀 구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양자·HPC·AI의 오케스트레이션과 스케줄링 기술 확보를 산업 적용의 핵심 요소로 제시했다.

인재 부족과 투자 편중, 비북미 지역 확산의 제약 요인

보고서는 양자 기술 성장에 필요한 핵심 요인으로 ‘학제 간 협업’을 제시했다. 양자 전문성, 소프트웨어 개발력, 도메인 지식을 아우르는 팀 구성을 통해 새로운 세대의 문제 해결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설문에 응한 응답자의 57%는 약물 발견과 분자 모델링이 금융·화학보다 우선되는 양자 활용 분야라고 답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양자 산업에 유입된 누적 벤처 자금의 58%가 북미 기업에 집중되었으며, 평균 투자액도 북미(3,800만달러)가 유럽(1,200만달러)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때 둔화되었던 투자 규모는 2024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국 외 지역에서는 인재 부족과 성장 단계 자금 조달 한계가 산업 확장의 저해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IQM과 옴디아는 보고서를 통해 ▲큐비트와 실제 비즈니스 문제 간 간극을 메우는 추상화 계층 확보 ▲양자·HPC 통합 오케스트레이션 구현 ▲양자 기술 융합형 팀 육성을 향후 양자 산업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양자 기술이 틈새 기술을 넘어 범용 과학 도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 통합과 생태계 전반의 진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IQM 공동 창립자 얀 괴츠(Jan Goetz) 박사는 보고서 서문에서 “양자의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반의 체계적 발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알렉산더 해로웰(Alexander Harrowell)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양자 컴퓨터가 실험실 수준을 넘어 산업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안정성, 개발자 경험, 실질적 활용 시나리오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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