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상용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 기업은 AI 도입 역량을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도 2030년까지 750만 명의 근로자를 AI 분야에서 교육하겠다는 정부 전략을 통해 AI 기반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 규모에 따라 AI 준비도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으며, 특히 자원이 제한된 중소기업 및 개인사업자는 시스템적으로 배제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AI 준비 격차는 기술 중심 산업 구조 재편에 따른 이중 경제 구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영국 디지털 기술 교육 협업체 인스티튜트 오브 코딩(Institute of Coding)이 보고서 ‘AI 레디니스 디바이드(AI Readiness Divide)’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제조업에서 보건 분야에 이르는 다양한 산업의 영국 내 500명의 중소기업(SME) 리더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기업 규모 따라 명확한 AI 역량 격차

AI 활용 자신감은 기업 규모에 따라 뚜렷하게 갈렸다. 중견기업의 82%, 소기업의 73%가 자사 조직이 AI 기회를 활용할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중소기업 전체 평균은 37%에 그쳤다. 영국에는 0~49인 규모의 중소기업이 545만 개, 개인사업자가 310만 명 이상 존재하는데, 이들 영세기업은 영국 경제의 중추를 담당함에도 불구하고 AI 전환에서 소외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대형 중소기업이 AI 도입에서 앞서나가는 반면, 영세기업은 발맞추지 못해 ‘투-티어(Two-tier)’ 경제 구조로의 전환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AI 관심은 높지만 역량·투자 공백 여전

기업들은 챗GPT나 AI 기반 음성 인식·전사(transcription) 서비스 ‘오터 닷 에이아이(Otter.ai)’ 등 AI 도구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33%가 AI 도입에 내부 장벽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 SME 리더 가운데 단 27%만이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자신이 있다고 밝혀, 단순한 기술 인지도뿐 아니라 거버넌스, 전략, 실행 측면에서 상당한 공백이 존재함을 시사했다. 또 AI 도입 열의는 높음에도 불구하고 AI 관련 교육에 투자한 기업은 전체의 12%에 불과해 실제 역량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AI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기업은 증가하고 있으며, 이 중 63%가 마이크로 기업이지만, 비 AI 업종이나 관련 지식이 없는 영세 기업들은 여전히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기업 위한 실용 교육 필요성

이처럼 AI 중심의 중소기업이 빠르게 앞서가는 반면, 창업자와 프리랜서를 비롯한 영세기업들이 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모든 경력 단계에서 접근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무료의 교육 과정이 필수적이다.

인스티튜트 오브 코딩은 이러한 수요에 대응해 기초 AI 인지도부터 실제 활용 역량까지 단계별로 학습할 수 있는 무료 단기 과정을 개설했으며, 이 과정은 창업자, 프리랜서, 전 직급의 직원 모두 수강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비용 부담 없이 AI와 디지털 기술 역량을 향상하고, 실제 업무 적용을 위한 실질적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AI 국가 전략, 영세기업 위한 맞춤 설계

영국 정부는 ‘AI 오퍼튜니티즈 액션 플랜(AI Opportunities Action Plan)’과 ‘테크퍼스트(TechFirst)’ 프로그램을 통해 2030년까지 750만 명의 노동자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체 SME의 59%가 단순히 대기업이나 학생 중심이 아닌 모든 경력 단계와 기업 규모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AI 역량 강화 전략을 원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75%의 SME가 향후 3~5년간 자사 팀에 필요한 AI 역량에 대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으며, 41%는 AI를 도입하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스티튜트 오브 코딩 라시드 후리지(Rachid Hourizi) 디렉터는 “대형 SME가 강력한 AI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전체 평균이 37%에 불과하다는 점은 비기술 분야의 마이크로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뒤처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문제는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국 경제 전체가 AI 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소규모 기업들은 종종 지역 경제와 고용의 핵심 축을 이루기에, 이들이 AI 도입에서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영국은 이미 AI 분야에서 모멘텀과 비전, 투자를 확보했지만, 마이크로 기업과 자영업자가 국가 전략 실행 계획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 한 AI 혜택은 민주화되기보다는 특정 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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