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은 조직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지만, 동시에 법무 부서에는 전례 없는 복잡성과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규제와 사회적 수용보다 빠르며, 이 격차를 방치할 경우 법적 분쟁, 평판 하락, 규정 위반이라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법무팀에 요구되는 것은 사후 대응이 아닌 예측 기반의 선제 대응 역량, 즉 ‘호라이즌 스캐닝(Horizon Scanning)’이다.
AI를 둘러싼 리스크의 스펙트럼
AI 도구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보조하지만, 그 이면에는 민감정보 유출과 알고리듬 편향,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사용이라는 리스크가 상존한다. 최근 한 글로벌 기술기업에서는 내부 개발자가 챗GPT에 소스코드를 입력해 기밀이 외부로 유출된 사례가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조직의 보안 통제 체계와 교육 수준이 충분했는지를 묻는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AI는 또한 차별 소송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알고리듬은 학습된 데이터에 기반하므로, 기존 편향을 강화하거나 특정 집단에 불리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일부 머신러닝 모델은 대출 심사나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는 평등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AI의 활용은 윤리·규정·평판 리스크가 상호 얽혀 있는 복합적 문제다.
통제 밖의 AI 사용, ‘섀도우 AI’는 법적 취약점
오늘날 각 부서는 별도의 승인 없이 다양한 AI 도구를 실험하고 있다. 이는 기술 활용의 민주화처럼 보이지만, 법무팀의 관점에서는 심각한 통제 공백이다. 실제로 영국 조세심판소(FTT)에서는 한 소송 당사자가 AI가 생성한 허위 판례를 인용해 제재를 받는 일이 있었다. 법적 절차에서 AI 결과물을 무분별하게 활용할 경우, 기업은 사실 왜곡, 증거 위조, 위법행위에 연루될 수 있다.
게다가, 외부 공격자는 생성AI를 악용해 딥페이크, 피싱, 지식재산권 침해 등의 범죄를 시도할 수 있다. 이는 내부 통제의 문제를 넘어 외부 위협에 대한 취약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조직이 AI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사용 현황을 파악하고 리스크 수준을 분류하며, 실행 가능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무팀의 선제적 대응, 호라이즌 스캐닝 프레임워크
‘호라이즌 스캐닝’은 기술, 규제, 시장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발생 가능한 리스크와 기회를 사전에 감지하는 전략적 도구다. 효과적인 조직은 다음 네 가지 방식을 통해 이 역량을 실현하고 있다.
첫째, 기능 간 협업 체계다. 법무, IT, 보안, 데이터 과학 등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하는 AI 거버넌스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부서의 통찰을 통합하여 위험 감지와 대응력을 높인다. 이사회 브리핑을 통해 리더십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째, AI 도구에 대한 전사적 매핑이 필요하다. 어떤 부서가 어떤 AI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는지 정리하고, 각 도구가 취급하는 데이터의 민감도를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섀도우 AI를 식별하고, 고위험과 저위험 애플리케이션을 구분할 수 있다.
셋째, 다중 채널 정보 모니터링을 운영해야 한다. 규제 동향, 법률 판례, 기술 연구, 산업 표준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정보량이 많을 경우에는 필터링 도구나 분석 기술을 도입해 효율을 높인다.
넷째, 분석 프레임워크와 지식 저장소를 구축한다.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패턴을 식별하고, 가상의 시나리오를 개발해 조직의 대응력을 점검하며, 관련 내용을 기록하여 조직의 제도적 기억으로 남겨야 한다.

호라이즌 스캐닝 구축 4 단계
법무팀이 호라이즌 스캐닝 체계를 구축하거나 강화하려면, 다음 네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① 범위와 구조 설정 : 무엇을 모니터링할 것인지,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지속 가능하다.
② 정보 흐름 확립 : 담당자 지정, 검토 주기 설정, 리더십 공유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
③ 외부 시각 수용 : 업계 포럼, 학술 자료, 전문 고문과의 협업을 통해 내·외부 균형을 맞춘다.
④ 가치 측정: 리스크 완화나 기회 포착 사례를 정리하여 시스템의 유용성을 입증한다.
AI는 더 이상 기술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무팀은 기술의 진보를 법적 리스크와 연결지어 해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호라이즌 스캐닝은 그 첫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조직이 기술을 통제하지 못하면, 기술이 조직을 통제하게 된다.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대비는 선택할 수 있다.
(*이 기고문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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