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뇌의 평균 무게는 1.2~1.4kg 정도, 폭은 12~13cm, 앞뒤 길이, 15~16cm 정도라고 한다. 뇌는 체중의 2%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여기에 1천억 개가 넘는 세포가 다양한 기능을 하며 기초 대사 가운데 20%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원래 머리를 많이 쓰지 않는 사람들은 에너지를 덜 소모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뇌는 창의적인 생각 같은 고도의 정신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숨을 쉬는 것도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도 심지어 눈을 깜빡이는 것에도 다 관여한다. 그러니 잠을 잘 때에도 뇌는 계속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뇌가 이처럼 중요하지만 아직 우리 인류가 알아낸 뇌의 비밀은 빙산의 일각 수준이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은 “인류는 몇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계를 발견했고 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연구할 수도 있지만 아직도 우리 양 귀 사이의 3파운드에 불과한 물질의 수수께끼를 풀지 못했다.”고 말했다.

뇌는 크게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분된다. 먼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뇌 이야기부터 해보자.
대뇌는 모든 뇌 중 가장 나중에 생긴 부분이다. 포유동물의 등장과 함께 진화했고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뇌에서 80%의 비중을 차지한다. 대뇌는 감각, 지각, 운동, 기술, 상상력, 추리력, 언어 능력, 통찰력, 자율 신경계 조절, 호르몬 조절, 항상성 유지 등 우리 몸의 거의 모든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대뇌는 표면의 대뇌 피질과 내부의 백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좌뇌와 우뇌로 갈라져 있고 좌뇌와 우뇌는 뇌량이라 불리는 다리로 이어져 있다. 좌뇌는 주로 언어와 숙련된 동작, 계산 등을 담당하고 우뇌는 도형 그리기, 길 찾기 등 시공간 능력을 담당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언어적인 사람은 좌뇌형, 상상력과 직관력이 뛰어나거나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사람은 우뇌형이라고 분류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인지 기능은 좌우뇌가 동시에 처리하고, 경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역할을 다르게 맡아 서로 보완하며 수행하는 것뿐이라는 게 최신 이론이다. 우리의 두뇌가 분명한 영역으로 나뉘어 정보를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걸쳐 여러 수준으로 전달되고 통합되어 작동한다는 것이다.
소뇌는 신체 운동과 관련이 깊다. 소뇌는 대뇌의 기능을 보조하여 조화로운 운동을 가능하게 하고,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일일이 페달을 밟는 순서를 생각하며 타지는 않는다. 어떤 운동을 할지, 어떤 근육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은 대뇌 피질의 전두엽에서 세워지지만, 실제로 운동이 시작되고 나면 동작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신호는 소뇌에서 발신된다. 소뇌에 의한 이런 일상적인 움직임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소뇌가 손상되면 주로 협응장애, 불균형, 보행 장애를 유발된다. 또 조화로운 눈 움직임에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소뇌의 손상 중 재미있는 것 중 하나가 외국인 억양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평소에 쓰던 억양과 전혀 다른 억양의 언어 습관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북부 영어를 사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남동부 영어의 억양과 비슷하게 말을 한다거나 서울 표준말을 쓰던 사람이 경상도의 억양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 이것은 뇌의 특정 부분이 다양한 언어 기능을 제어하고, 손상되면 음조의 변경 및 음절의 잘못된 발음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대뇌반구와 소뇌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총칭하는 뇌간에는 다수의 뉴런이 모인 신경핵이 많이 있다. 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담당한다. 수면과 각성의 조절도 뇌간에서 이루어진다. 뇌간이 손상되면 숨을 쉬거나 삼킬 수도 없고, 심장이 멎는 느낌이 들게 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는 10대들은 무모한 행동을 많이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전두엽과 관련이 있다. 전두엽은 추리, 의사결정, 성격을 포함한 고차 인지 능력 대부분을 담당한다. 공포나 분노, 쾌락과 같은 1차적인 본능적 정서로부터 기쁨이나 슬픔, 동정심 같은 이차적인 정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계획을 세우고 충동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뇌의 경찰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전두엽이 손상되면 의사결정이나 계획 세우기,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
10대가 무모한 행동을 하는 이유는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고 있는 전전두엽 피질, 앞 이마 겉질과 연결된다. 10대에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경 세포를 연결하는 배선이 지속적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뇌의 회백질이 줄어들게 되는데 앞이마 겉질에서 무려 17%가 줄어든다. 뇌에서 부정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영역이 앞이마 겉질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축소되고 덜 성장하면 뇌의 경찰관이 줄어들어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무모한 행동이 진화적으로는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 수 있게 했다는 해석도 있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두려운 병이 바로 치매다.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치매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 치매에 대한 연구를 오래전부터 지속해오면서 치매에 대한 원인은 베타 아밀로드의 축적이나 별세포의 이상 반응에 의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GABA의 과잉 생산 등 여러 가지가 이미 밝혀지고 있다. 우리 뇌에는 뇌를 구성하는 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별세포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물질이 어떻게 증가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알 수 없어서 치료제까지는 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 IBS와 KIST 연구진이 바로 이 GABA를 억제할 수 있는 새로운 표적을 찾아냈다.
별세포에는 몸에 유해한 암모니아를 해독해 요소를 만드는 요소회로가 존재한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독성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가하면, 이 요소회로를 작동하게 하는 효소를 증가시킨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요소회로의 활성화는 실제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도 발견됐다.
요소 회로가 활성화되면 이것이 기억력을 감소시키는 GABA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다시 만들어진다. 암모니아가 생기면 암모니아를 줄이기 위한 요소 회로가 다시 작동하게 된다. 요소 회로가 활성화되면, 이것이 다시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GABA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암모니아가 다시 형성된다. 그러면 이를 해독하기 위한 요소 회로가 다시 작동하고, GABA가 생성되면서 또다시 암모니아가 늘어나는 무한 증폭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회로의 사이클을 끊어주면, 치매의 진행이 멈출 것이다. 요소회로를 작동하는 효소 중 하나가 ODC1이다.
별 세포에서 ODC1을 제거하자 GABA가 줄어드는 것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생쥐의 기억력이 회복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여기에 ODC1이 줄어들면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치지 못하도록 하는 반응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뭉칠수록 독성이 커지는데, 이를 막는 효과도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를 통해 반응성 별세포에서 ODC1이라는 물질을 억제하면 치매를 치료할 수 있으며, 새로운 치매 치료 방법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22년 12월, 오스트레일리아의 하이브리드 칩 개발업체 코티컬 랩스 연구진에서 전기회로가 설치된 접시에 뇌를 배양해서 고전적인 컴퓨터 아케이드 게임 퐁을 하게 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퐁 게임은 일종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위에서 떨어지는 공을 아래의 막대을 움직여서 되받아 치는 게임이다. 날아오는 공을 되받아 치지 못하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

연구진은 회로 접시에서 배양한 미니 뇌가 인공지능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을 발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접시 뇌는 80에서 100만 개의 살아있는 뇌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바퀴벌레의 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생쥐 뇌의 배아에서 추출한 초기 피질 세포와 인체의 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분화시켜서 얻어낸 뇌 세포로 접시 뇌를 구성하고 여기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1인용 퐁 게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니 뇌는 인공지능보다 게임을 더 잘하지는 못했지만, 학습 속도는 인공지능보다 더 빨랐다고 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미니 뇌가 10 ~ 15번 연습 경기 후에 습득하는 실력에 도달하려면, 인공지능은 5천 번 이상의 연습 경기를 해야 한다. 미나 뇌가 불과 5분 만에 게임을 습득한 반면, 인공지능은 90분이 걸렸다.
인공 뇌 연구는 우리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실마리를 제공함과 더불어,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관련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뇌세포의 연결을 컴퓨터의 회로처럼 활용했다는 점에서 뇌세포를 이용한 컴퓨팅, 즉 바이오 컴퓨터의 가능성을 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접시 뇌는 평면에서 자란 뇌세포로, 본격적인 뇌 오가노이드라고 부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에 인간 뇌와 비슷한 3차원의 뇌 오가노이드를 바이오 컴퓨터에 사용한다면, 계산 성능 향상은 물론, 기존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바이오 컴퓨터는 전자 기반 컴퓨터와 달리 에너지 소모량이 아주 적어 차세대 컴퓨터 연구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았던 KISTI의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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