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먼지의 크기로 구분한다. 직경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를 초미세먼지,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미세먼지라고 부른다. 그래서 각각을 PM 2.5, PM 10이라고 한다. 직경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면 호흡기를 통해 사람 내부로 침투할 수 있다. 그러니까 미세먼지는 호흡기를 통해 사람 내부로 침투하는 먼지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미세먼지는 발생 경로에 따라 1차 미세먼지와 2차 미세먼지로 분류하기도 한다. 1차 미세먼지는 흙먼지와 꽃가루 같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먼지이고, 2차 미세먼지는 기체 상태로 나온 원인 물질이 대기 중에서 화학 반응을 일으켜 만들어지는 먼지다. 사업장의 매연과 자동차 배기가스 등이 2차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2019년을 기준으로 매년 700만 명에 달한다. 실내 공기 오염으로 380만 명, 실외 대기오염으로 42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전 세계 인구의 99%가 건강에 해로운 수준으로 초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다. OECD가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42.7명으로 OECD 평균인 28.9명보다 1.5배나 많고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적은 뉴질랜드, 스웨덴, 핀란드보다는 6배 넘게 많았다.

미세먼지가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여 우리 몸을 지키도록 작용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 반응이 발생한다. 우리 몸의 각 기관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되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유발된다.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면서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고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다. 만성 폐질환이 있으면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으로 이어진다.

초미세먼지는 폐포를 통해 혈관에 침투하기도 한다. 이때 혈관에 손상을 주어 협심증,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미세먼지가 쌓이면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못해 병이 악화될 수 있다. 기도의 염증을 일으키면 천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도 있다.

미세먼지는 이처럼 각종 질환을 야기하기도 하지만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우울과 분노, 짜증이 늘어나는 것은 몸속에 유입된 미세먼지가 염증 반응을 일으켜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미세먼지 나쁨에 해당하는 수준에 72시간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고 14일간 노출되었을 때는 신경세포가 사멸되어 인지장애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우리 몸에 해로운 미세먼지를 걸러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이 바로 공기 청정기다. 공기청정기는 먼지 센서에 의해 먼지가 감지되면 내부 팬이 돌아가면서 미세먼지가 있는 공기를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공기에서 미세먼지를 분리해서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기존 공기청정 기술은 보편적으로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 방식이 사용된다. 하지만 먼지가 필터에 쌓이게 되면 바람을 막아서 압력 손실이 크고 그에 따른 전기 사용량도 커진다. 또 필터를 자주 교체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 정전기 집진 방식이다. 공기청정기가 전기를 띤 이온을 만들어 미세먼지에 달라붙고, 이후 정전기 집진판으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온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오존을 발생시키고 또 집진판에 포집된 미세먼지를 없애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물로 씻어내야 되는데 세정할 때 폐수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기술을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했다. 오존이 발생하지 않게 공기 이온을 만들어내고 집진판에 포집된 미세먼지는 물이 아니라 바람으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극세사 방전극과 비금속 탄소판을 이용해 만들어진 모듈에 낮은 전류를 흘려보내면 정전기를 띤 공기 이온이 만들어진다. 이 공기 이온이 공기 중의 미세먼지에 달라붙는다. 이온이 붙어 있는 초미세먼지는 공조기와 공기청정기로 다시 흡입되어 정전기를 끌어당기는 집진부에 포집된다. 포집이 누적돼 정화 능력이 떨어지면 집진부 앞에 강한 바람을 일으켜 초미세먼지를 분리하고 동시에 뒷면에서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흡입해 물을 사용하지 않고 건식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을 대전 유성온천역에 설비해 보았더니 공기 중 초미세먼지의 농도를 초기 대비 최대 9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승강장과 대합실에서도 외부 초미세먼지 농도 대비 각각 75%와 40%의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물 대신 바람을 이용해서 2차 오염 발생 가능성이 없고 기존 필터를 적용했던 기술에 비해 전기 사용량은 8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지하철 역사 500개에 적용하면 연간 유지보수비는 20억~30억 원, 그리고 팬 교체 비용은 150억 원까지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 저감 시설 전문 기업의 기술 이전을 완료했고 이후 터널 등에서도 실증에 나설 예정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는 필터형이 많다. 그래서 미세먼지 관리에 도움을 주는 고성능 필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기술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게 고성능 헤파 필터를 사용하는 공기 정화 기술이다. 헤파(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는 미세 입자를 고효율로 여과하는 고성능 공기 정화 필터를 말한다. 0.3마이크로미터의 미세먼지까지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황사나 미세먼지 차단에 효과적이고 시판 중인 공기청정기, 청소기, 에어컨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헤파필터는 통상 H10에서 H14 단계로 나누어지며 숫자가 높을수록 더 작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고급 제품이다. 예를 들어 H10 등급이 미세먼지를 최대 5만 개 통과시킨다면 H11 등급은 5천 개, H12 등급은 500개만 통과시키는 등 등급별로 10배의 차이를 보인다. 이 중 H13 등급 이상을 트루 헤파 필터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세먼지 저감 기술 말고도 다른 기술들도 많이 있다. 한국원자력 연구원에서는 미세먼지 유발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전자선으로 동시에 잡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자가속기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전자들이 물질의 분자 구조를 파괴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화시키킨다.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가스 형태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에 전자선을 쏴 에어로졸 입자로 변환시킨 후 전기적 성질을 띤 세정액을 분무해 제거하고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방식이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이 공기 중에 배출되서 2차 미세먼지가 만들어지기 전에 굴뚝 안에서 미세먼지로 만들어 버린 후 제거해버리는 것이다.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배출가스로 한 달의 실증을 거친 결과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95% 이상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고, 이후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기술 이전까지 마무리했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따로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설비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이 기술을 활용하면 두 물질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시설 투자 비용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이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 기술은 발전소, 선박,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전환해 대기 오염을 줄이는 방식이다. 선택적 질소 산화물 환원 반응 공정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촉매다. 원하는 반응을 더 잘 일어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더 성능이 좋고 내구성도 강하면서 에너지도 적게 쓸 수 있는 촉매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기관과 산업체에서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성과로는 경희대 화학공학과 김종식 교수 연구팀의 성과가 있다. 세계적인 학술지 ACS 카탈리시스(ACS Catalysi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구로 개발된 촉매는 기존 상용 촉매와 비교해 보았을 때 최소 2배 이상 개선된 질소 제거 성능과 내구 성능을 보였다. 기존 상용화된 촉매 대비 가격이 저렴한 데다 대량 합성도 가능해서 상용화 전망도 밝다.

미세먼지는 우리 건강에 아주 해로운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한 경제적인 피해도 상당하다. 미세먼지의 발생을 줄이는 기술부터 발생된 미세먼지를 잡아내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연구자들이 지속적으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유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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