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은 무더운 여름 무더위를 식혀줄 가장 인기있는 간식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차갑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은 만인에게 별미이자 최애 간식이다.

바로 이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운 식감에도 과학원리가 숨어있다. 아이스크림을 만들려면 크림과 우유, 설탕을 잘 저어가면서 얼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포가 자연스럽게 혼합물 사이에 갇히면서 공기의 부피만큼 아이스크림의 부피가 늘어나고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냉동 중 혼합물이 공기의 혼입에 의해 부피가 증가하는 현상을 오버런이라고 한다. 오버런 비율은 같은 부피의 원액의 무게와 아이스크림의 무게의 차이를 아이스크림의 무게로 나누어 계산한다. 일반적인 아이스크림의 오버런 비율이 50~60%인 반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60~80%, 젤라토는 20~30%라고 한다. 오버런 비율이 높을수록 더 부드럽고 낮으면 더 쫀득한 맛을 낸다고 볼 수 있다.
신기한 아이스크림 튀김
요즘 핫한 디저트 중에 아이스크림 튀김이 있다. 어떻게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고 뜨거운 기름에 튀겨질 수 있을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곧바로 녹아버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튀긴 아이스크림은 뜨거운 튀김 옷 속에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고 그대로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스크림 위에 덧붙여주는 빵가루 성분 중 탄산수소 나트륨 때문이다. 흔히 베이킹 소다라고 불리는 탄산수소 나트륨은 밀가루를 부풀게 하여 빵을 푹신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탄산수소 나트륨이 튀김 옷과 아이스크림 사이에 공기층을 만들어서 아이스크림에 전달되는 열을 차단한다.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튀김 기름의 온도와 시간인데, 190도 이상의 고온에서 12초 이내로 튀겨내야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게 튀겨낼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인 원리 덕분에 우리는 아이스크림과 튀김의 신기한 조합을 맛볼 수 있다.
구슬 아이스크림의 비밀
아이스크림 중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구슬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있다. 구슬 아이스크림은 어떻게 작은 구슬 형태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걸까? 동그란 알맹이 형태의 구슬 아이스크림의 비밀은 바로 액체 질소에 숨어 있다. 액체 질소는 질소를 액화한 것으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78%나 차지하는 무색, 무미, 무취의 기체다. 대기압에서 끓는 점이 영하 196도로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다. 이런 질소를 매우 높은 압력에서 액화시킨 것이 바로 액체 질소인데, 끓는 점이 영하 196도이니 당연히 온도는 영하 196도보다 낮다. 그래서 액체 질소에 어떤 물질을 넣으면 해당 물질은 순식간에 얼어붙게 된다.
구슬 아이스크림도 이 원리를 활용하는데, 달콤한 아이스크림 원액을 스포이드로 액체 질소에 떨어뜨리면 이 아이스크림 방울은 액체 질소와 만나서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동그란 모양을 유지하는 것이다. 액체 질소는 온도가 매우 차갑기 때문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곧바로 먹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구슬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을 정도의 온도에서 보관하며 온도를 어느 정도 올린 후 판매한다고 한다.
부드러운 식감도 액체 질소와 관련이 있는데, 액체 질소가 빠르게 물질을 얼리기 때문에 해당 아이스크림은 큰 결정이 되기도 전에 작은 결정으로 얼어붙게 된다. 작은 결정의 아이스크림은 따뜻한 혀에 닿으면서 쉽게 녹아내려 마치 솜사탕처럼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구슬 아이스크림 이외에도 액체 질소의 아주 낮은 온도를 이용해서 소스를 얼려 음식 위에 뿌려 먹기도 한다. 이처럼 음식의 질감이나 요리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요리를 만드는 것을 분자 요리라고 한다.
보기도 먹기도 좋은 눈꽃 빙수의 과학
더울 때 많이 찾는 것 중 하나가 빙수다. 그러나 잘 녹지 않고 맛있기도 하지만 먹기에도 아까울 만큼 아름답게 만들어진 눈꽃 빙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여름철 최고 인기 간식이다. 바로 여기에도 맛있는 과학이 숨어있다. 눈꽃 빙수는 말 그대로 눈처럼 곱게 간 얼음으로 입에서는 사르르 녹지만 상온에서도 쉽게 녹지 않는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얼음의 입자가 얇아질수록 상온에 노출되는 표면적이 넓어져서 더 빨리 녹을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입자가 어느 기준보다 더 얇아지면 역으로 녹는 속도가 늦어지게 된다. 얼음이 녹는 과정을 살펴보면 얼음이 녹아 액체가 되는 것은 주변의 열이 얼음 분자에 전달되어 얼음을 이루고 있는 물 분자가 흔들리면서 안정적인 얼음, 즉 고체 상태에서 불안정한 액체 상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주변의 열이 얼음에 더 잘 전달될수록 얼음은 더 빨리 녹는다.
그런데 열은 고체, 액체, 기체 순으로 더 잘 전달된다. 그래서 얼음 사이에 액체가 존재한다면 이 액체는 자신이 보유한 에너지를 얼음에 더 빠르게 전달해 얼음이 더 빨리 녹게 된다. 반면 얼음 주변에 기체만 있다면 액체에 비해 같은 공간 안에서 보유하고 있는 에너지의 양이 적기 때문에 얼음이 더 천천히 녹게 된다. 상온에 노출된 얼음에 스포이드로 물을 한 방울 떨어뜨리면 액체가 떨어진 부분을 중심으로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것도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영상의 기온에 함박눈이 내릴 때 눈송이가 녹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원리 때문이다.
눈꽃 빙수의 얼음이 잘 녹지 않는 것은 눈꽃 빙수의 입자가 너무 작아서 물방울이 맺히지 않으면서 눈송이처럼 쌓이기 때문이다. 입자가 큰 얼음 빙수의 경우 물방울이 맺히면서 이를 중심으로 열 전달이 활발히 일어나 얼음이 더 빨리 녹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눈꽃 빙수를 만드는 기계는 커다란 얼음을 갈아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테인레스로 만들어진 영하 25도의 냉각 드럼에 물을 분사해 급속 냉동해 얼린다고 한다. 냉각 드럼 표면에 살얼음이 맺히게 되면 이것을 칼날로 갈아내서 아주 얇은 얼음을 만드는 것이다. 0도부터 얼음이 얼지만 더 낮은 온도에서 얼음을 만드는 이유는 더 건조한 얼음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한겨울의 눈도 영하 10도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내린 눈은 수분이 없는 얼음이라서 ‘건설’이라고 부르고,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 내리는 눈은 질척해서 ‘습설’이라고 부른다. 습기가 없는 아주 건조한 얼음을 만들어 곱게 갈아 상온에서도 오랫동안 얼음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눈꽃 빙수의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얼음을 천천히 녹게 하려면
음식이나 음료를 시원하게 먹기 위해 얼음을 사용하는데 처음 먹을 땐 시원하고 좋지만 먹다 보면 얼음이 녹아 맛이 싱거워진다. 이때 얼음을 천천히 녹게 하는 방법도 있다. 보통 냉동실 얼음은 영하 18도 아래에서 급속히 얼려 사용한다.
그러나 얼음을 이렇게 급속히 얼리게 되면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표면에 미세한 틈이 많아져서 빨리 녹게 된다. 냉장고에서 얼음을 얼리면 얼음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얼음 속의 공기 때문이다. 물에는 공기가 녹아 있는데 얼음이 얼면서 빠져나가지 못해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또 급하게 얼게 되면 순수한 물이 바깥쪽부터 먼저 얼고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 등은 가운데로 몰리면서 중심부가 탁하게 얼음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처럼 얼음의 결정이 급하게 생성되면서 물에 녹아 있던 공기가 기포 상태로 얼음 속에 갇히고, 이 공기 때문에 얼음의 분자 구조가 불안정해지면서 강도가 낮은 얼음이 만들어지고 투명한 얼음보다 더 빨리 녹게 된다.
더 천천히 녹는 얼음을 얼리려면 빈틈없이 잘 얼리면 된다. 얼음이 빨리 녹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영하 18도가 아니라 영하 10도에서 천천히 얼리는 것이 중요하다. 대략 이틀 정도의 시간을 주어 얼음을 얼리면서 물속의 공기가 빠져나갈 시간을 주게 되면 얼음은 분자 구조가 안정해질 뿐 아니라 표면의 틈도 없이 매끈하게 더 투명하면서도 단단하고 잘 녹지 않는 얼음을 만들 수 있다. 또 얼음을 만들 물을 한 번 끓여서 물속에 녹아 있는 공기를 미리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얼음 틀을 에어랩 같은 단열재로 감싸서 냉동실에 넣으면 좀 더 천천히 얼릴 수 있기 때문에 더 투명하고 단단한 얼음을 만들 수 있다.
또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얼음은 대부분 각진 얼음이지만 이 각 얼음 대신 둥근 얼음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체의 열 전도량은 온도차와 면적에 비례하고 두께에 반비례한다. 그래서 표면적이 넓은 얼음이 열 전도량이 많기 때문에 더 빨리 녹게 된다. 수학적으로 표면적이 가장 작은 입체가 바로 구다. 구의 가장 큰 특징이 같은 부피일 때 표면적이 가장 작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강도의 얼음이라는 가정 하에 공 모양의 얼음은 음료와 접촉하는 면적이 가장 작아서 얼음이 녹는 속도가 느려지게 되고 더 오랜 시간 동안 차가움을 즐길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더운 날 얼음이 녹는 속도를 높여 음료를 더 빨리 차갑게 식혀서 먹고 싶다면 보다 표면적이 넓은 잘게 부순 얼음을 선택하는 것이 답이다. 요즘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금속 얼음도 있다. 음료나 요리를 차갑게 만들지만 녹아서 물이 되지 않아 음식의 맛이 싱거워지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또 하나의 팁은 포도를 깨끗이 씻어 냉동실에 얼렸다가 얼음 대신 음료수에 타서 먹게 되면 음료의 맛이 묽어 지지도 않고 시원 달콤한 포도도 먹을 수 있다.
집에서 만드는 슬러시
얼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름에 빼놓을 수 없는 간식 슬러시도 있다. 집에서도 슬러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요즘 신선식품이나 냉동식품을 택배로 시키면 드라이아이스가 따라오는데, 바로 이 드라이아이스를 사용해서 집에서 간단히 슬러시를 만들 수 있다. 드라이아이스는 이산화탄소를 압축하여 냉각한 고체로,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체로 변하는 승화의 성질이 있다. 승화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빼앗는 흡열 반응을 하는데, 바로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큰 그릇에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을 넣고 가운데 작은 그릇에 좋아하는 주스를 따르고 살살 저어주면 주변의 온도를 드라이아이스가 빼앗아가면서 주스의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지게 되어 슬러시를 만들 수 있다. 휘발성이 뛰어난 에탄올은 드라이아이스가 온도를 더 빠르게 빼앗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에탄올 대신 물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드라이아이스는 온도가 매우 낮아서 맨손으로 만지면 절대 안 되고, 또 드라이아이스와 에탄올이 만나면 급격하게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때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니 주의해야 한다.
얼음과 소금, 비닐봉지만 있어도 슬러시를 만들 수 있다. 얼음과 소금을 섞으면 빙점이 더 내려가게 되어 더 천천히 얼음이 녹게 된다. 얼음과 소금을 섞은 큰 봉지 안에 주스를 담고 밀봉한 작은 봉지를 넣고 마구 흔들어주면 슬러시를 만들 수 있다. 단, 이때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힘이 많이 들어 슬러시를 먹기 전에 지칠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 좋아하는 다양한 여름 간식에 숨어 있는 과학 원리를 알게 되면 더 맛있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이제 한 여름으로 치닫는 시기이다. 재미나고 시원한 과학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해보는 것도 여름을 신나고 맛있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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