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면서 ‘저런 물건이 진짜 있었으면 좋겠다’, 또는 ‘저런 기술이 실제로 가능할까?’라고 궁금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정말 인간은 젊어지는 것이 가능할까? 영화에서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젊어지다가 마지막에는 아기의 몸이 된다. 사실 이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기까지 되는 건 아니지만 젊어지게 하는 기술, 즉 역노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노화를 질병으로 보고 있다. 노화가 질병이라면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직 노화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유전자 불안정, 텔로미어의 길이 감소, 후성 유전적 변형,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세포 노화, 줄기세포 고갈 같은 것들이 노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노화는 매일매일 조금씩 일어나기보다 특정 시기에 급격히 일어난다는 것도 밝혀졌다. 30대 중반에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60대 초반에 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70대 후반에 한 번 이렇게 세 번의 급격한 노화가 진행된다.
원인이 어느 정도 파악되다 보니 노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자신의 줄기세포를 인공 배양한 후 다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줄기세포가 수명이 긴 세포들을 다시 만들면서 노화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가 좀비처럼 남아있는 노화 세포다. 세포는 여러 차례 분열을 하고 나면 죽는다. 죽지 않고 좀비처럼 남아있는 세포들이 있다. 이런 노화 세포는 나이가 들수록 많아지는데, 주변의 세포를 손상시키면서 질병을 불러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노화 세포를 제거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쥐에게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스스로 노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했더니, 노화세포가 줄어든 늙은 쥐는 심장과 신장의 기능이 개선되고,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이면서, 일반 쥐보다 길게는 30%가량 더 오래 사는 것을 확인했다.
노화의 종말이라는 책을 쓴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는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인간은 최대 150살까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노화를 늦추는 방법 중 우리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적게 먹는 것과 꾸준한 운동이다. 소식은 장수 효소인 서투인을 활성화하고 체내 기능을 활발하게 만든다. 그리고 운동은 장수 조절 인자들을 활성화시키면서 새 혈관을 생성하고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에 더해 텔로미어의 손상을 막아서 노화를 늦춘다. 오늘부터라도 이 두 가지를 조금씩 실천한다면 천천히 건강하게 늙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아바타’ 여기에서는 생각만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조종하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다. 생각만으로 물건이나 신체를 조종하는 기술도 있다.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기술을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라고 한다. 뇌로부터 신호를 받아서 그 신호가 어떤 명령인지를 알아내어 컴퓨터와 기계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에는 팔다리가 마비된 환자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서 로봇 팔을 움직이는 것에 성공하기도 했다. 2020년에는 뇌에 이식한 칩을 활용하여 생각만으로 쓴 최초의 트윗이 게시되기도 했다.
생각만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SF영화에서 보던 텔레파시랑 비슷한 개념이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뉴럴링크에서는 뇌에 임플란트를 심는 실험을 돼지와 원숭이를 대상으로 성공한 데 이어 FDA의 승인을 받아 사람에 대한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두뇌에 칩을 이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이런 기술들이 발전하게 되면 굳이 칩을 이식하지 않더라도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도 같다.
공룡을 부활시키는 일은 인간의 오랜 염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보면 DNA 복제를 통해 공룡을 부활시키고 공룡 테마공원까지 만들었다. 정말 공룡은 실제로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동물을 복제하는 기술은 의외로 역사가 오래됐다. 1952년에 미국의 로버트 브릭스와 스토머스킹이라는 과학자는 개구리의 수정란 세포를 난자에 이식해서 올챙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최초의 동물 복제 기록이다. 1996년에 탄생한 세계 최초의 체세포 복제 동물인 ‘돌리’가 있었다. 최초의 동물 복제로부터 70년이 지났고, 돌리를 복제한 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공룡 복제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데 공룡 복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바로 공룡의 세포핵 DNA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호박 화석 속의 모기의 피에서 공룡 DNA를 추출해 복제에 성공한다. 하지만 공룡의 DNA가 지금까지 원형대로 유지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론적으로 DNA가 보존될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100만 년인데, 공룡이 멸종한 시기는 대략 6500만 년 전이다.
기적적으로 공룡의 DNA를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수정란을 만들려면 난자가 필요한데, 공룡의 난자를 구할 수는 없다. 매머드와 비슷한 코끼리의 난자를 구할 수 있겠지만, 사실 공룡과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한 것은 닭이다. 닭이 공룡을 임신한다는 상상만으로도…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개봉할 당시 레플리카라는 복제 인간이 정말 가능한지 궁금해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복제인간이 나온다. 하지만 복제양 돌리가 태어난 것을 시작으로 사람의 장기를 3D 프린팅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등장하면서 ‘정말 복제 인간을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가 있다.
영화 아일랜드에서처럼 성인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은 지금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복제양 돌리가 태어났듯이 체세포 복제를 통해 임신의 첫 단계를 대체함으로써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모든 것을 실현할 수는 없다.
2018년 중국의 한 과학자는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에 걸리지 않도록 유전자를 교정한 쌍둥이 아기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그는 전 세계로부터 생명 윤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중국은 그를 불법 의료행위죄로 기소한 뒤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금은 3년형을 마치고 출소했고, 이때 태어난 아이들은 현재 부모와 잘 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로 가능하다고 해서 사람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영화 ‘오펜하이머’처럼 핵폭탄을 만드는 기술이 가능해졌다고 해서 무분별하게 핵폭탄을 만들어 사용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로 가는 영화 ‘백투더퓨처’는 기발한 발상과 코믹함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영화 속에서 끈을 자동으로 매주는 신발, 스마트 안경, 날으는 스케이트보드 같이 재미있는 신기술들이 많이 등장한다. 스마트 안경은 대중화되지는 못했지만 이미 증강 현실 도구로 활용이 되고 있다. 최근엔 초전도체 이슈가 핫하다. 백투더퓨처에 보면 공중에 떠서 다니는 스케이트보드인 호버보드가 나온다. 만약에 상온 상압 초전도체가 실현된다면 이 호버보드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와는 달리 레일 위만 달릴 것이다.
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AI 비서가 등장하는 영화도 있다. 여기에서 주인공과의 대화를 통해 AI 비서가 감정도 학습을 하고, 심지어 주인공은 비서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영화 속에나 가능해 보였던 인공지능의 감정 판별 기능은 현실 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영화 ‘Her’에서는 인공지능과 주인공이 감정을 교감하며 사랑을 느낀다. 챗GPT와 같은 거대 언어 모델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책이나 인터넷상의 수많은 대화 내용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마치 사람의 감정을 읽어낸 것처럼 적절한 대응을 하는 대화 기술이다.
사람끼리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감정을 읽어내는 것은 이것과는 좀 다르다. 문맥을 통해 알아내는 것보다는 목소리나 표정의 변화를 통해 감정을 읽는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직접 읽어내는 기술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이런 기술을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라고 한다. 물리적 자극이나 감각적 자극에 사람이 보이는 심리적인 반응과 육체적인 반응을 인지해서 컴퓨터와 사람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감정을 읽기 위해서 다양한 기술들이 사용된다.
첫 번째는 감성을 나타내는 생체 신호 측정 기술이다. 호르몬의 변화, 신경 전달 속도, 심장 박동 수, 호흡 등을 측정해서 사람의 현재 감정 상태를 파악한다. 두 번째는 음성에서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이다. 감정 변화에 따라 목소리가 높아지거나 떨리거나 하는 특징들이 있다. 음성의 높이, 강도, 속도, 억양, 어휘 사용 등을 분석하면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세 번째는 얼굴 표정 인식 기술이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사람의 얼굴 표정을 통해 감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해서 눈, 눈썹, 입술 등 얼굴의 특징으로 표정 변화를 감지한다.
이런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컴퓨터가 사람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활용하면 감정노동이라 불리는 고객 응대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고, 우울증 등 치료 목적이나 독거 노인을 위한 말동무 로봇 등에 활용될 수가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지문 보안 장치를 테이프로 복제해서 문을 연다든가 하는 기술을 볼 수가 있다. 이건 지금도 가능하다. 지문 인식 보안 장치는 지문의 모양을 기준으로 보안을 해제하는 장치다. 지문이 굴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 모양을 그대로 본뜬다면 보안 장치를 해제하는 것은 가능하다. 실제로 실리콘으로 만든 위조 지문으로 사기를 치거나 출퇴근 기록을 조작한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문 인식보다 좀 더 안전한 보안 기술이 홍채 인식이다. 지문은 40가지 특성을 기반으로 인식하는 반면, 홍채는 266가지의 특징을 기반으로 인식한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홍채 인증의 타인 인식률은 0.0001%로 100만 번에 한 번 보안이 뚫릴 수 있다. 지문 인식의 경우에는 타인 수락률이 0.001%에서 0.01%로 1만 번이나 10만 번에 한 번 타인이 인식될 수가 있다.
홍채 인식이 보안에서 가장 뛰어난 생체 인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홍채 인식이 지문 인식보다 나은 것은 사계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문은 건조한 겨울에는 잘 인식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홍채 인식은 계절과 상관이 없는데다 안경을 끼더라도 인식이 가능하고 또 위생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후에는 이런 특징이 더욱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지문 인식을 하게 될 경우 기계에 손을 대야만 하는데, 이럴 경우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홍채 인식은 단말기에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가능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증 시스템에 적합하다.
‘영화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적출해서 홍채 인식을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라고 많이들 질문한다. 가능성이 제로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안구가 적출되면 시신경이 끊어지고 동공이 확대되고 모양이 변하면서 패턴이 달라져서 다른 홍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인식될 확률이 거의 없다. 같은 사람이라도 사망 후에는 홍채 인식이 안 되는 것이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봄꽃은 저절로 피지 않는다’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안전하고 편리하게 진화하는 미래형 ‘전기차’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수많은 과학자들의 땀으로 빛나는 별 ‘인공위성’
- 사용자 식별∙국방 안전 분야 ‘지문 생체 인식’ 활용 증가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첨단 기술 접목으로 똑똑해진 ‘스마트팜’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재난 상황에서 더 진가를 발휘할 ‘로봇’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인간의 뇌’, AI보다 월등한 이유
- [기고] AI 윤리 문제 해결할 'AI 거버넌스' 7대 전략
- 분산 ID 시장, '보안 침해·블록체인 ID' 증가로 연평균 87.9% 고성장
- 범죄자를 정확히 가려내는 생체 측정 솔루션
- [기고] 온라인 사기를 막는 AI 기반 예측 분석
- AI·ML·딥러닝 기반 '정확도 99.3% 홍채 인식 보안 솔루션'
- AI∙IoT 디지털 기술 활용 증가 ‘증강지능’ 시장 강화
- 유니버설 로봇-매스웍스, 협동로봇 자동화 혁신 가속화 협력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건강의 적 ‘미세먼지’ 저감 기술의 진화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지구 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 더 현명하게 쓰는 방법
- 인간과 AI의 파트너십 ‘약점은 보완·강점은 증강’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햇빛만 쬐면 말짱해지는 ‘자가 치유 렌즈’
- ‘감성 컴퓨팅’ 인간 공감 지능시스템 수요 증가로 폭풍 성장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식품 포장 속에 깃든 진실
- 초파리의 행동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AI...인간 행동 예측도 가능?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지구온난화로 홈런이 증가한다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알면 재미난 속담 속 과학
- 환자 맞춤형 해부 모델 제작 3D 프린터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선풍기가 시원한 진짜 이유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일기예보는 왜 정확하지 못할까?
- 지진 발생 전 감지하는 소프트웨어
- 섬세한 손동작 감지 가능한 '모션 센싱 장갑'...로봇·AR·VR과 접목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입 속에서 살살 녹는 아이스크림의 비밀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파리 올림픽 흥미 더한 스포츠 과학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전기차 화재의 위험성과 예방법
- 스트라타시스, ‘고정밀·소량·맞춤형’ 부품 제작 ‘오리진 2’ 3D 프린터 출시
- 복잡하고 다양한 위협, AI 자동탐지 이동식 X선 스크리닝 솔루션 ‘SDX 6040’이 해결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우리가 알아야 할 딥페이크
- [한선화의 소소(昭疏)한 과학] 미용과 의료 분야에 인기 높은 L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