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어느 새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시차로 인해 경기를 보느라 잠을 설치곤 했지만 자신의 기량을 모두 쏟는 선수들의 노력에 피로가 풀리곤 한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는 과학의 힘으로 더욱 흥미진진 해진다.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스포츠 과학은 선수들의 기량에 도움을 주는 첨단 과학기술이다. 그야말로 선수들이 더 높게 날 수 있도록 과학이 날개가 되어주는 것이다. 테니스와 배드민턴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켓, 육상 선수들이 착용하는 운동화 그리고 축구공, 골프공 등 각종 스포츠 용품에는 첨단 과학기술이 접목되어 선수들의 기록 단축과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첨단 스포츠 장비의 영향

스포츠 과학이라는 말은 이제 일상의 용어가 되었는 데 이는 첨단 스포츠 용품의 발달이 경기 결과를 선수의 개인 기량보다는 과학기술에 더 의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논란을 부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는 몸 전체를 감싸는 전신 수영복이다. 이는 상어 비늘의 원리를 적용하여 물의 저항을 감소시키고 부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선수들이 앞다투어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2000년 이후 올림픽과 수영선수권 대회마다 세계 신기록이 쏟아져 나오자 결국 세계수영연맹은 2010년 이후 전신 수영복 착용을 금지했다.

장비로 인해 기록이 월등하게 좋아진 사례는 오래전부터 존재한다. 1895년 영국 자전거 경주대회에서 공기 타이어를 장착한 자전거가 다른 선수들을 앞지른 사건이 그 예이다. 장대 높이뛰기도 장비의 발전으로 기록이 개선되었다. 1950년 금속 장대가 등장하고 이후 유리섬유 장대가 등장하면서 현재 세계 신기록은 6m 15cm에 이른다.

육상과 스포츠 과학

장비의 도움을 덜 받을 것 같은 육상 경기에서도 스포츠 과학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트랙과 마찰력을 높이는 스파이크 운동화는 육상기록 경신의 큰 기여자다. 우사인 볼트는 기능성 운동화를 신지 않은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경기 환경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6년 나이키가 발매한 나이키 베이퍼 플라이 4% 운동화는 육상 경기의 판세를 바꿨다.

이 운동화는 열가소성 폴리우레탄과 탄소 섬유판을 사용해 지면을 밟을 때 에너지의 85%까지 되돌려준다. 이러한 기술은 선수들이 훨씬 적은 힘을 들이고 뛸 수 있게 한다. 연구에 따르면 특수 제작된 운동화를 신은 선수들은 다른 운동화를 신었을 때보다 4%가량 에너지를 덜 쓴다. 세계육상연맹은 2020년 운동화 밑창 두께를 40mm로 제한하고 탄소 섬유판을 한 장만 넣을 수 있도록 규제했다. 경기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운동화를 신는 것은 여전히 경기력 향상에 중요하다.

스포츠 과학의 다양한 활용

파리 올림픽에서 과학기술의 도움을 받는 종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격 종목 중 속사권총은 시상대에 오르는 주력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종목에서도 아이트래커로 시선 이동을 분석해 불필요한 습관을 줄이고 있다.

양궁도 다양한 기술로 명중률을 높이고 있다. 선수의 심박수를 웹캠으로 측정해 집중력을 향상시킨다. 이러한 기술은 훈련 중 어떤 상황에서 심박수가 변하는지를 분석하고, 선수들이 같은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도록 사전 훈련을 강화한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양궁 선수들의 심박수가 낮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3D 프린터로 맞춤형 그립을 제공하고, AI 코치 기술로 선수의 습관과 취약점을 분석한다. 체조와 역도는 첨단 카메라를 사용해 미세한 동작을 분석한다. 초고속 카메라는 선수의 관절과 근육 움직임을 잡아내고, 적외선 카메라는 역도 선수의 움직임을 분석해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준다. 수영에서도 영상 촬영을 통해 자세를 분석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최고의 건강 상태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이미 99% 이상 완성되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의 건강을 메디닷 프로그램으로 관리하고 있다. 메디닷은 메디컬과 데이터의 합성어로, 선수의 건강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한다.

파리 올림픽은 친환경으로 진행되며 선수촌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기로 했지만, 무더위에 대비해 쿨링 재킷과 시트를 제공한다. 스포츠 과학은 경기력 향상에 기여하지만, 경기 성과의 대부분은 선수와 지도자의 몫이며 스포츠 과학은 1%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포츠 속 과학 원리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전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사전 예약은 국립중앙과학관 누리집에서 신청할 수 있다.

 

*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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