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스포츠의 계절이다. 조금씩 여름이 다가오지만 스포츠 경기는 집에서 중계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즐기는 총체적인 경험은 스포츠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야구의 경우도 그렇다. 야구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재미있는 과학이 들어 있다.

야구공에는 빨간색 실밥이 박혀 있다. 이 실합은 단순히 공을 꿰맨 자국이 아닌 타자를 교란시키는 다양한 변화구를 창조하는 과학이다. 또 야구공이 공기의 저항을 덜 받아 속도도 빠르게 한다. 얼핏 생각하면 매끈한 공이 저항을 덜 받아 더 빠를 것 같다.
하지만 투수가 공을 던져 공이 날아갈 때 공기는 공의 표면을 타고 뒤쪽으로 흘러간다. 이때 공의 앞쪽은 공기의 저항에 부딪히고 뒤쪽에는 와류가 생기면서 공을 잡아끄는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이런 규칙적인 흐름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공의 실밥이다.

108개의 실밥은 공기의 흐름을 불규칙하게 만들어 뒤쪽에서 잡아끄는 와류의 형성을 낮추어 공기의 저항이 줄어들게 한다. 줄어든 공기의 저항만큼 공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야구공에 실밥이 없다면 어떨까?
공의 속도는 문동주 선수가 던져도 시속 130km를 넘기기 힘들다고 한다. 그냥 꿰맨 자국이 아닌 야구공이 받는 공기의 저항을 줄여 공의 속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과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투수의 다양한 변화구도 야구공의 실밥과 관련이 있다. 투수가 커브, 슬라이더 등 변화구를 던질 때 그립 역할을 해주고 또 회전 방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빠른 직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공이 휘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타자 앞에서 위로 솟구치는 것처럼 보이는 라이징 패스트볼도 있다.
또 공이 타자의 몸쪽이나 바깥쪽으로 휘어서 들어가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구질의 공을 던지는 마법도 바로 실밥에 숨어 있는데, 투수가 공을 던질 때 실밥을 이용해 그립을 잡고 투구 방향을 조절하며 회전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회전이 공의 방향을 바꾸는 것을 마그누스 효과라고 한다.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포탄이 직선 궤도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1852년 독일의 물리학자인 하인리히 마그누스가 처음 밝혀낸 이론이다.

회전하면서 날아가는 물체는 마찰로 인해 주변 유체의 흐름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 때문에 물체를 둘러싼 공기의 속도가 달라진다. 그러면 베르누이 정리에 의해 양쪽의 압력이 달라지게 된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쪽이 압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쪽으로 공이 휘어지게 되는 것이다. 회전을 빠르게 할수록 압력차가 커지기 때문에 휘어짐이 더 커진다.
타자가 홈런을 치려면 공이 멀리 날아가야 한다. 공이 멀리 날아가려면 일단 공중에 오래 떠 있어야 한다. 공이 공중에 떠서 날아간 거리를 비거리라고 하는데, 공이 펜스를 넘으려면 이 비거리가 펜스까지의 길이보다 당연히 길어야 한다. 비거리는 초기 속도와 발사 각도로 정해진다. 세게 때려서 공이 빠르게 날아가고 정확하게 때려서 비거리가 큰 발사각도가 나와야 한다.
삼각함수에 의하면 45도 발사각의 비거리가 가장 멀고 마이너스 90도와 90도는 비거리가 제로다. 외야 장타나 홈런이 보물선을 그리며 날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45도 발사각을 내기 위한 타자의 스윙 자세는 힘을 많이 싣지 못해서 초기 속도가 낮아진다. 실제로 통계에 의하면 발사각이 25도일 때 홈런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한다.

또 홈런을 친 선수들은 인터뷰를 할 때마다 "맞는 순간 넘어가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을 한다. 대체 선수들은 어떻게 홈런인 줄 알 수 있을까? 사실 홈런뿐 아니라 안타를 쳤을 때 배트에 공이 맞는 소리는 매우 경쾌하게 들린다. 모든 물체는 다른 물체와 만날 때 진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뺏긴다. 딱딱한 야구 방망이도 시속 120km가 넘는 야구공과 부딪히게 되면 진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공이 방망이와 맞으면서 진동수 약 170Hz의 파장이 생성되고 이어 공이 되튕겨나가면서 진동수 530Hz의 파장이 생긴다.
그런데 이 두 파장의 진동이 0인 상태가 맞물려 있는 곳이 있다. 이 부분에 공이 맞으면 진동이 서로 상쇄되면서 공은 방망이의 떨림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투수에게서 전해온 에너지를 그대로 실은 채 날아갈 수 있다. 담장을 넘기기가 그만큼 쉽다는 얘기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로드 크로스 교수팀은 홈런을 치기 위해 방망이의 어느 부위를 맞히면 좋은지를 측정했다. 오실로스코프라는 진동 관측 장비를 방망이에 연결한 뒤 지점을 달리해 가격을 하면서 방망이의 움직임을 세밀히 관측했는데, 그 결과 방망이 끝에서 약 17cm의 지점에 공을 맞추면 방망이의 진동이 최소화된다고 했다.
선수들이 홈런을 쳤을 때 오히려 진동을 거의 못 느끼고 기분 좋은 느낌을 갖는 이유도 이 지점에 정확히 맞췄기 때문이다. 이 지점을 스위트 스팟(Sweet Spot)이라고 한다.
스포츠들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사실 실외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그렇다. 그런데 그런 일상적인 것 말고 최근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홈런이 증가했다는 연구인데, 지난 4월 10일 미국 기상학회보에 실린 논문이다. 2010년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나온 홈런 가운데 500개 이상이 지구 온난화 덕분에 가능했다고 하는 분석이다. 홈런이 많이 터진 이유가 기후변화 때문이라니 무슨 일일까? 이는 기온이 올라가면서 공기 밀도가 떨어져 야구공이 저항을 덜 받고 멀리 날아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온도가 올라가면 분자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공기가 팽창하면서 분자 간 공간이 넓어지는데, 이 결과 공에 대한 공기의 저항이 적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경기 당일의 기온과 홈런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기후 변화가 진짜 홈런 증가에 영향을 미쳤는지 계산해 보았더니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홈런은 1.96%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기온이 높은 오후 경기에서 홈런은 2.4%가 증가했고, 서늘한 저녁 경기에서는 홈런이 1.7% 늘었다고 한다. 추가로 평균 기온 10도가 높은 날에는 홈런을 칠 확률이 평균보다 무려 20%나 높았다고 한다. 연구진은 최악의 지구 온난화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2050년까지는 매년 192개, 2100년까지는 매년 467개의 홈런이 더 나올 것으로 추산했다고 한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건 좋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지구온난화는 막아야 한다.
*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 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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