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반짝 빛나는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볼 수가 있다. 그런데 밤 하늘에 반짝이는 물체는 전부 별일까? 아니다. 제일 많이 보이는 것은 야간 비행 중인 비행기고, 드물지만 인공위성도 볼 수 있다. 다만 인공위성 중 아주 낮은 저궤도에 있으면서 크기가 큰 인공위성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국제 우주 정거장이다. 무게가 454톤에 달하고, 크기가 축구장 2배나 되는 국제 우주 정거장은 지상 약 400km 상공에서 초속 7.7km의 속도로 90여 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다. 인공위성 자체는 빛을 내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태양 전지판으로 태양빛을 반사할 때만 관측할 수 있다. 특히 해질 무렵과 새벽에 수평선에 가까운 낮은 고도를 지나갈 때 태양빛을 가장 많이 반사하기 때문에 육안으로 관찰할 수 있다.
스타링크의 군집 위성이 기차처럼 줄을 지어 지나가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역시 해질 무렵과 새벽에 관찰되고, 위도 45도에서 55도 지역에서는 여름에 육안으로도 여러 대를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밝다. 스타링크는 크기는 작은 대신 여러 대가 동시에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관찰할 수 있다.
위성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위성은 큰 질량을 가진 행성 주변을 도는 작은 질량의 물체를 말한다.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달이 지구의 위성인 셈이다. 위성은 행성의 강한 인력으로 행성 주위 궤도를 돈다. 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위성의 이런 특징 때문에 짝사랑을 표현한 노랫말에 자주 쓰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인공위성은 무엇일까? 인공적으로 쏘아올려 지구 주변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돌도록 만든 물체다.
인공위성이 우주로 멀리 나가지 않고 지구 주변을 도는 것은 지구의 중력과 위성의 원심력 때문이다. 원 운동을 하는 모든 물체는 원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하는 힘이 작용합니다. 이를 원심력이라고 한다. 원심력은 물체의 크기가 클수록, 속도가 빠를수록 크다. 어떤 물체가 원 운동을 하려면 원심력과 같은 힘으로 중앙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구심력이라고 한다.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크면 물체는 바깥으로 튕겨나가고, 원심력이 구심력보다 작으면 원운동을 못하고 떨어지게 된다. 인공위성의 경우 구심력은 지구의 중력이다. 중력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약해지고 무게가 무거울수록 커지죠. 그래서 인공위성을 안착시키려고 하는 고도에 따라 중력과 원심력이 같아지도록 정확한 속도로 올려놓아야 한다. 고도와 속도가 정확하지 않으면 위성은 만유인력에 의해 지구로 떨어지거나 원심력에 의해 먼 우주로 사라져버릴 것이다.
지구의 중력이 이 원심력과 평형을 이루게 되면 인공위성은 지구로 떨어지지도 않고 밖으로 나가지도 않으면서 궤도상에서 원 운동을 하게 된다.

인공위성의 궤도가 높아질수록 지구의 인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도는 데 필요한 속도는 느려져야 한다. 그 대신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필요한 시간은 보다 길어지게 된다. 저궤도 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공전 주기는 대략 2시간이다. 2시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돈다는 뜻이다. 이 공전 주기는 위성 궤도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점점 더 늘어나서 인공위성의 높이가 3만 6천km에 이르면 주기가 24시간이 되어 지구의 자전주기와 같아진다. 그러면 마치 위성이 우리 머리 위에 정지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 궤도를 정지궤도라고 한다. 이보다 낮은 궤도는 높이에 따라 2천km까지를 저궤도, 2천km에서 정지궤도인 3만 6천km까지를 중궤도라고 한다.
저궤도에는 주로 지상 관측이나 과학 관측 위성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사한 우리별, 아리랑, 그리고 차세대 과학위성 등이 저궤도에 존재하고 있다. 누리호에서 고도 550km로 쏘아올린 차세대 과학위성도 역시 저궤도 위성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24시간 우리나라와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송, 통신 위성으로 활용된다. 무궁화 위성과 천리안 위성이 정지궤도에 위치하고 있다.
지구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각 위성마다 하는 역할이 다르다.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분야가 TV, 라디오, 전화 같은 방송 통신 분야다. 지상의 통신 기지국에서 전파를 쏘아올리면 인공위성이 전파를 수신한 후 그 신호를 증폭시킨다. 이후 지상으로 다시 전파를 보내게 되면 수신 기지국이 그 전파를 받아서 송출하게 된다. 이론상으로 정지 궤도 상에 위성 3대가 있으면 지구 대부분의 영역에서 위성 통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위성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빠른 통신을 위해서는 인공위성이 많을수록 좋다. 그래서 일론머스크의 스타링크에서는 2030년까지 4만 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올려 전 지구적인 인터넷 서비스망을 구축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공위성의 또 다른 역할은 날씨 정보를 제공하고 지구를 관측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공에 구름은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구름의 이동으로 바람은 어떻게 불고 있는지를 관측을 하게 되면 이 자료들은 기상예보에 활용할 수가 있다. 이를 태풍, 홍수, 해일, 산불, 미세먼지 등을 예보하고 탐지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해수면의 온도나 해류 상태, 대기 성분 등을 관측하고 자원 탐사, 측량, 지도 제작 등에 활용되기도 한다.
정지궤도에 위치한 천리안 위성은 기상위성이다. 한반도 위에서 24시간 우리나라의 기상을 관측해서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내비게이션도 인공위성을 활용한 서비스다. 4개 이상의 위성의 정확한 시간과 변위를 측정한 뒤 삼각점의 위치를 구하는 삼변 측량 기법으로 위치를 파악한다. 이때도 활용되는 위성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GPS는 미국의 위성항법 시스템이다. 미국의 상용 GPS는 오차 범위가 10m 정도이고, 많게는 37m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도심과 산악 지형이 많은 한국 지형에서는 신호의 품질이 떨어지기도 한다.
유사시 우리가 미국의 GPS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면, 내비게이션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GPS의 국산화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KPS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도 3만 6천km의 정지궤도에 항법 위성 8개를 쏘아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KPS와 GPS를 동시에 활용하게 되면 오차 범위를 10cm까지 낮출 수 있다. 정밀한 작동이 필요한 드론이나 자율주행차 시장 확대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인공위성은 천체 관측이나 행성 탐사, 과학기술 실험 등에도 사용되고, 정찰 등의 군사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인공위성은 그렇다면 얼마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위성은 발사 중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무게와 용량을 무한정으로 늘릴 수가 없다. 그래서 전력을 얼마나 공급할 수 있는지가 인공위성의 수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실 인공위성은 지구 주위를 돌기 위한 전력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마치 달이 지구 주위를 돌 때 에너지가 필요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원심력과 구심력에 의해 에너지 없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다. 하지만 지구 이외의 천체들에 의한 인력과 태양풍, 지구대기와의 마찰력 등으로 인해 이 궤도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이렇게 궤도에서 벗어나게 되면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연료가 필요하다. 또한 우주에서 관측한 정보를 지구에 보내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으면 정보도 못 보낼 뿐 아니라 궤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벗어나게 되면서 수명이 다하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태양전지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태양전지 집광판 수명이 영구하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수명이 다하게 된다. 다양한 요소에 의해 위성의 수명이 결정되지만 보통 소형 위성의 경우에는 수명이 1년이 채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중대형 위성은 10년 이상 사용하기도 한다.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은 25년 이내에 궤도를 이탈시키는 것이 국제적인 약속이다. 그래야만 새로운 위성을 해당 궤도로 진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저궤도 위성의 경우에는 대기권에 재돌입시켜서 완전히 타버리도록 하고, 이보다 높이 있는 정지궤도 위성의 경우에는 수백 km 높게 있는 폐기궤도로 올라가게 한다. 이 폐기궤도는 수명이 다한 위성들이 가는 곳이라 무덤 궤도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위성이 발사된 이후 대략 1만 5천 개의 인공위성이 쏘아올려졌고,현재 임무를 수행 중인 인공위성은 7천 개 정도다. 나머지는 모두 우주 쓰레기인 셈이다. 그래서 영화 승리호처럼 이런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인공위성은 우리로 하여금 더 먼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더 많은 것을 알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새로운 세상을 개척하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을 역임하였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은 KISTI에서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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