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로봇을 자주 볼 수 있다. ‘로봇(Robot)’이라는 용어는 체코 슬로바키아의 소설가 차페크가 1921년에 쓴 ‘R. U. R(로썸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에서 처음으로 사용되었다.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가 ‘robata’라고 하니까 로봇의 역할은 처음부터 인간의 노동을 대신 수행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한선화 박사 / KISTI 전문위원·페블러스 수석 데이터 커뮤니케이터

로봇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 로봇, 서비스용 로봇, 특수목적용 로봇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산업용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제품의 조립이나 검사, 운송 등을 담당하는 로봇을 말한다. 서비스용 로봇은 청소, 환자 보조, 장난감, 교육, 실습 등과 같이 인간 생활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특수목적용 로봇은 전쟁터나 우주, 심해, 원자로처럼 극한 환경에서 사람대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말한다.

실제로 로봇이 사용되기 시작된 것은 1960년대다. 1956년 미국의 조셉 앵겔버거와 조지 데볼이 로봇회사 유니메이션을 설립하고, 유니메이트라는 로봇을 개발해 1961년 제네럴모터스에 설치한 것이 최초의 산업용 로봇이다. 이 로봇은 포드 자동차 금형 주조 기계의 주물 부품(무게가 150kg이나 나갔다)을 하역하는 데 사용되었다. 최초의 산업용 로봇인 셈이다. 이 로봇은 10만 시간을 가동한 후 폐기되어 지금은 스미소니안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에 들어와 산업용 로봇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는 생산 공정 자동화, 부품 소재 국산화를 매개로 자동차 산업, 가전산업, 반도체 산업, 조선산업 등에서 산업 전반에서 로봇이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일본의 혼다 자동차에서 그 모양과 크기가 사람과 비슷한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를 선보였다. 아시모는 지능형 로봇 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로봇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킨 것은 ‘휴보’라고 할 수 있다. 휴보는 일본의 아시모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2004년에 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다양한 로봇들이 개발되고 있다. 노동자 1만 명당 로봇의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라는 것이 있다. 2021년을 기준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는 세계 평균의 7배가 넘는 1000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로봇 말고 최근에는 자연, 사회, 재난 등에서 로봇의 활약이 늘어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로봇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부터라고 볼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 사람이 투입되기에는 너무나 위험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사람 대신 로봇이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당시의 로봇 기술은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고농도 방사선에 노출되자 몇 분 만에 작동을 멈추기도 했고, 복잡한 지형에서는 제대로 동작하지 못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 문제를 전 세계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는 문 열고 실내 들어가기, 밸브 잠그기, 잔해물을 돌파해 현장을 빠져나오기, 사다리 올라가기, 장애물 치우기, 소방 호스 연결하기 등 8가지 미션이 있는 로봇 경진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KAIST 오준호 교수 연구팀이 참가해 8개의 미션을 가장 빠르게 해결해 우승을 차지했다. MIT, CMU, AIST 등 미국과 일본의 강팀을 제치고 차지한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원자력 사고 발생 시 재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을 가진 로봇이다. 암스트롱은 500m 내지 600m 이내 거리에서 사람이 직접 조종해서 움직이는 로봇이다. 사람이 모션을 취하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밸브를 잠그고 열 수도 있고, 최대 200kg의 물건을 들고 옮길 수도 있다. 앞으로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만화 ‘로보트 태권-V’를 보았다면 기억할 것이다. 로봇이 주인공 훈이의 태권도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한다. 이처럼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로봇을 아바타 로봇이라고 한다. UNIST에서 이런 아바타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2021년 ANA항공이 주최한 아바타 로봇 대회에 나가 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99개 심사 대상 팀 중 최종 6위, 아시아 팀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이 로봇은 사람의 신체 구조와 유사하게 설계되어 팔, 손가락, 목, 허리 움직임을 따라 할 수 있다. 조종하는 사람의 움직임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여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각 관절의 움직임을 계산하여 로봇에게 전달한다. 그러면 로봇은 조종자와 똑같은 움직임을 따라 한다. 손가락의 움직임은 손가락의 움직임을 측정할 수 있는 장갑을 사용해서 로봇의 손가락 관절에 전달한다.

아바타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히 사람의 움직임을 이용해서 로봇이 똑같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뿐이 아니다. 로봇이 보고 느끼는 정보를 사람에게 직접 전달해서 사람이 그것을 같이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조종 인터페이스에는 로봇이 물건을 들었을 때 팔에 느껴지는 물체의 무게를 사람이 느끼게 해줄 수 있는 힘 전달 시스템이 있고, 물체를 만졌을 때 로봇의 손가락에 느껴지는 반발력을 사람에세 전달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손이나 발 등의 진동을 전달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감각 전달을 통해 로봇의 상황을 직접 알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하면, 아바타 로봇이 물건을 잡거나 동작시키려고 할 때 힘을 얼마나 주어야 할지 모르면 물건이 부서지거나 동작이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AIST에서는 기존 항공기를 전혀 개조하지 않은 실제 항공기 조종석에 착석을 해서 조종석의 다양한 장치들을 직접 조작해 비행할 수 있는 로봇도 개발했다. 휴머노이드 파일롯 로봇이다. 조종에 있어서 실수가 거의 없고, 인간 파일럿보다 빠른 비상상황 대처가 가능하다. 기존 항공기에는 자동 비행 장치가 있고, 무인 항공기도 개발되고 있지만, 비행기를 조종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만들어졌다는 데 의의가 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비행기를 타면 “오늘 여러분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실 로봇 기장입니다.”라는 방송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필자 한선화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장,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본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4년간 몸담았던 KISTI의 전문위원과 AI 데이터 진단 및 치료 벤처기업 페블러스의 수석 데이터 커뮤이케이터로 근무하고 있다. KTV 과학톡의 고정 패널, TJB 대전방송의 과학 해설 프로그램 곽마더, 미래 핵심기술을 소개하는 미래설계소 등 다양한 과학관련 방송에 출연하였으며, 현재는 TJB 대전방송의 생방송투데이에서 최신 과학기술 이슈를 알기 쉽게 전달하며 과학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다.

(* 이 칼럼은 GTT KOREA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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